‘녹취록 파문’에 李·尹 일촉즉발…산으로 가는 野경선버스

by박태진 기자
2021.08.16 16:34:56

“파일 존재하지 않아” vs “잘못 인정않고 발뺌”
윤석열, 이준석 비판한 페북 글 ‘좋아요’ 눌러 공방 격화
李 수습 나설 듯…토론회 대신 정견발표회 선회
선관위원장 인선 문제도 새 국면 맞을 듯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감정싸움을 넘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모양새다. 특히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통화 녹취록 유출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국민의힘 경선버스 또한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입당을 환영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해당 녹취록 유출 논란은 지난 14일 제기됐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통화 내용을 이 대표가 녹음한 뒤 이를 녹취록으로 만들어 일부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은 캠프 내 신지호 정무실장의 ‘탄핵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갈등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통화에서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고 밝히며 윤 전 총장을 향해 날을 세운 바 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유출됐다는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석열 캠프는 격앙된 분위기다. 조직본부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와의 통화를 녹음하고, 그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발뺌”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당대표 흔들기 행태가 바로 내부 총질”이라고 반박했다.

양측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은 정중규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이 대표를 비판한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유승민·홍준표는 이 와중에도 대정부 비판보다 윤석열을 향한 내부총질 팀킬 ‘짓’에만 몰두하고, 그 유승민·홍준표와 ‘윤석열 저격조’ 마당쇠로 뛰고 있는 것이 이준석”이라며 “이들은 국민, 특히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 측은 “실무자의 실수”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양측 공방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이준석 패싱 입당’에서 시작돼 대선주자 봉사활동·전체회의 불참, 경선준비위원회 주최 토론회 논란, 녹취록 논란으로 이어진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파워게임’에 또다른 불씨가 추가된 셈이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양측 파워게임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 윤 전 총장이 녹취록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며 이 대표를 향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이에 상응하는 방안을 제시해 수습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윤 전 총장 측이 거부감을 드러냈던 경준위 주최 토론회의 취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토론회가 아닌 정견발표회를 이 대표에게 중재안으로 제안했고, 이 대표가 이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면서 토론회 수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당 선거관리위원장 인선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서병수 경준위원장에게 선관위원장까지 맡길 예정이었지만 경준위가 논란을 낳은 만큼 서 위원장이 아닌 다른 인물을 선관위원장에 앉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토론회를 대체할 정견발표회 개최 여부 등을 최종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