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재실사하자”…아시아나 M&A도 백지화 수순

by김미영 기자
2020.07.26 19:25:07

거래종결하잔 금호산업에 공문
“계약해제 이미 결정한 것 아닌가” 공격도
업계선 “발빼기 작업…법정다툼 명분쌓기용”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이승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아시아나항공(020560)에 대한 재실사를 금호산업(002990)과 아시아나항공에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 해지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도 백지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업계에서는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HDC현산은 다음달 중순부터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하는 공문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HDC현산은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금호산업이 지난 14일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서에 명시된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됐으니 거래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한 답변이다.



HDC현산은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 여부를 확인키 위해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의 급증, 당기순손실의 큰 폭 증가△올해 들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지원의 실행 등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HDC현산은 이러한 재점검 요구사항을 4월 초부터 지금까지 10여 차례 공문으로 발송했음에도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회사 측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단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라고 공격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엔 변함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했음에도 백지화 전망이 우세해지는 이유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사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항공사의 M&A가 제대로 이뤄지긴 쉽지 않다”며 “발빼기 수순에 들어간 HDC현산의 이번 재실사 요구는 딜 결렬 후 있을 법정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