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슈끄지 살해 '왕세자 책임' 美상원 결의안 거부"

by김경민 기자
2018.12.17 10:40:22

"사우디 사법부의 판단을 벗어나는 어떤 시도도 거부"

자말 카슈끄지(사진=AFP)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미국 상원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관련 결의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결의안에는 카슈끄지 살해에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외교부는 “미국 상원의 결의안을 거부한다”며 “(이 결의안은) 근거 없는 주장과 혐의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서 “사우디의 지역적, 국제적 역할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어 “사우디는 이미 카슈끄지의 살인이 사우디의 정책과 제도를 벗어나는 개탄스러운 범죄라고 확고히 한 바 있다”며 “사우디 사법부의 판단을 벗어나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은 카슈끄지 사건에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지난 13일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상원은 또 예멘 내전에 개입하는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결의안도 56 대 41로 통과시켰다.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10월에 벌어진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중앙정보국(CIA)은 빈살만 왕세자가 살해를 지시하고 감독했다는 취지로 4일 상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결같이 “왕세자는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우디는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등 경제적 이유를 들면서, 진실이 무엇이든 빈살만 왕세자를 감싸겠다고 한 바 있다.

터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 10월2일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그를 기다린 사우디 ‘암살조’에 의해 살해됐다. 그러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우디 정부도 살해 사실은 시인했으나 누가 지시했는지는 입을 다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