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줌인]`첫 여성 연준의장` 옐런에 닥친 도전

by이정훈 기자
2014.02.04 13:37:20

"여성의장 부르지 말라"..옐런, 환대속 공식취임
경기유지-출구전략 병행 `중책`..의회서 첫 공식일정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남성 의장(chairman)은 아니지만 여성의장(chairwoman)이라는 표현도 사양하겠다. 그냥 의장(chair)이라 불러다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인 재닛 옐런(67·사진) 의장이 3일(현지시간) 취임 선서식을 하고 연준 직원들에게 이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2018년 2월 3일까지다.

‘금녀(禁女)의 영역’을 하나씩 무너뜨려온 옐런 신임 의장이었지만 그에게도 ‘세계 경제 대통령’ 만큼이나 ‘첫 여성 의장’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무게감이 컸던 듯하다.

그러나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한 연준의 이중 정책목표(dual mandate)인 완전고용과 물가 안정은 물론이고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책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준 의장은 말 한마디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자리이다. 특히 최근에는 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등으로 신흥국 위기가 부각되고 있어 옐런 신임 의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이날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본부에서 대니얼 타룰러 연준 이사 주관하에 7명의 이사진과 직원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남편 조지 애커로프 교수 등의 환대속에 신임 의장으로 취임한 옐런도 정작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뉴욕증시 추락 등에 더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경기 부양이라는 단일 목표에만 매달리면 됐던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 전 의장들과 달리 그는 아직은 불안한 경기 회복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부양기조를 서서히 거둬들이는 역할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임자들에 비해 더욱 섬세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실제 미국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6.7%까지 내려갔지만 아직도 완전고용 수준인 5%대 중반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러나 이미 연준은 실업률 6.5%를 기준금리 인상의 기준점으로 제시해놓고 있는 만큼 출구전략은 눈앞에 닥친 현실이기도 하다.

옐런 의장의 임기는 2018년 2월 3일까지다. 옐런 의장은 임기중 현재 매달 650억달러(약 70조4665 억원)까지 규모를 줄인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완전 중단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기준금리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시기나 너무 이르거나 속도가 빠를 경우 경기 회복과 고용 개선세를 해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너무 늦추면 금융시장 버블(거품)을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옐런 의장이 통화부양기조 축소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중대한 시기에 연준 의장직을 맡게 됐다”며 옐런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제 전세계는 옐런 의장의 첫 공식 일정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가 오는 11일 하원과 이틀 뒤인 13일 상원에서 각각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경제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내놓을 발언은 다음달 18~19일 의장으로 첫 주재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주 임기를 마친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3일자로 워싱턴D.C.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최고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버냉키는 브루킹스 경제학 프로그램 일부에 참여하며 재정과 통화정책에 관한 브루킹스 허친스 센터와 관련된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