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공소장 변경..'예비적 공소' 두고 논란
by김경원 기자
2013.08.29 14:00:44
변호인 "예비적 공소사실, 기존 검사 주장과 모순..김원홍 법정에 세워야"
검찰 "김원홍 증인조사는 낭비"..법원도 "시간 등의 문제로 거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 형제의 공소장이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변경됐다.
검찰은 29일 열린 재판에서 종전 공소사실은 ‘주위적 공소사실’로 하고, 법원 판단을 존중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회장이 김원홍(최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 전 SK해운 고문)에게 보낼 돈과 개인 채무 변제를 위해 횡령을 도모했다는 것을 주위적 공소사실로(A),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해 김원홍과 펀드 선지급을 통한 자금조달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최 회장이 수락했다는 것을 예비적 공소사실(B)로 추가했다.
법원은 A를 먼저 심판한 다음 이게 유죄이면 B는 판단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하고, 만약 A가 무죄라고 보면 B를 판단해 B만 유죄인지, 아니면 A와 B 모두 무죄인지 판결하게 된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은 B를 추가하라는 법원 권고에 따른 것인 만큼, B를 중심으로 유·무죄를 가릴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한 게 법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최 회장 형제 변호인들은 예비적 공소사실이 검찰이 그간 주장과 전혀 다르며, 모순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항의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재원 부회장 변호인은 “A라고 주장하면서 B라고 공소하면 어찌 방어할 수 있느냐”면서▲ 주위적 공소사실에선 최 부회장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횡령) 송금을 지시한 것으로 돼 있는데, 예비적 공소사실에선 빠져 있고 ▲2008년 4월부터 김원홍에게 송금할 돈이 필요했다는 최 부회장이 펀드 선지급과 송금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도 소송법에서 보장하는 방어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 회장 변호인은 “예전에는 김준홍 피고인과 최재원 피고인이 공모해 펀드 선지급을 논의한 걸로 돼 있는데 예비적 공소사실에선 최태원 피고인이 김원홍으로부터 선지급을 듣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공범인 김원홍의 진술을 듣지 않고선 실체적 진실을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최 회장 변호인은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법무부가 이를 대만 당국에 전달해 김원홍의 송환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김원홍이 유무죄나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몰라도 피고인들의 재판전략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가적인 자원낭비를 초래하면서까지 증인신문을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문용선 재판장은 “주위적, 예비적은 꼭 엄격할 게 아니라 법원이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면서, 9월 3일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원홍에 대한 증인 채택은 거부했다. 문 재판장은 “김원홍은 지금도 핵심 증인이나 9월 말 최태원 피고인이 구속 만기를 앞두고 있고, 이미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된 상황에서 김원홍을 증인으로 다시 신청해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