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지나면 고철덩어리?' 개성공단기업인 파행 장기화에 한숨

by김성곤 기자
2013.06.17 14:29:42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기다릴 수밖에요.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17일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 사태가 두 달여를 넘겼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여파로 공단 정상화는 여전히 붙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여름 장마철가 본격화되면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한숨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단 정상화도 시급하지만 장마철을 맞아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기계설비에 대한 보수 및 관리는 더욱 중차대한 문제다. 일부 업체의 기계설비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해서 고온다습한 장마철 기간 동안 그대로 방치되며 최악의 경우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그동안 공단 정상화의 마지노선으로 여름 장마철 이전을 제시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논평에서 기계설비 점검·관리팀의 방북 승인을 위해 북한 당국에 군 통신선의 복구를 촉구한 것은 절박감의 표현이다.



한 회장은 이와 관련, “간단한 기계장비야 점검과 수리를 거쳐 사용할 수 있겠지만 정밀기계 설비의 경우 장마철을 맞아 부품 부식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 역시 “장마철이 지나면 공단에 남겨둔 설비가 망가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며 “남북대화가 잘 풀려서 공단에 들어간다 해도 재가동을 못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가슴을 졸이는 것은 장마철 문제만이 아니다. 오락가락하는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 12일 남북 당국회담이 이른바 ‘격 문제’로 무산되면서 기업인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통해 정치·군사적 갈등이 해소되기를 기대했지만 개성공단 자체가 남북 군사적 대치의 볼모가 돼버린 것.

아울러 파행 사태의 장기화로 해외 바이어와의 신뢰 붕괴도 큰 문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해외 바이어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계약 파기는 물론 피해액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공단이 정상화되더라도 새로운 바이어 발굴과 시장 개척은 쉽지 않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