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대우건설 매각, 대우조선 再版되나

by김국헌 기자
2009.11.27 16:05:34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두바이 국영 건설사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대우건설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은 중동계 자베즈파트너스컨소시엄과 미국계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을 복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해놓은 상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단 대우건설 주가 변화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입찰가격 조정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국내 증시에서는 건설주가 급락한 가운데 대우건설 주가도 전일 대비 8.3% 급락한 1만1600원에 마감했다.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제안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우건설(047040) 주당 인수가격 2만~2만2000원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18일 1만4450원 종가를 기록한 이래 영업일수 기준 7일 연속으로 빠져, 하락폭이 20%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증시 악영향이 지속돼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선 또는 그 이하까지 밀린다면 인수후보자들이 가격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을 인수해 장기적으로 경영해보겠다는 의도라면 주가급락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겠지만, 차익을 고려한 투자자라면 가격을 후려칠 기회로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자산 가치나 경영권 프리미엄, 현금흐름 등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고 해도 주가가 1만원대 초반에 불과하다면 인수자측의 의도에 따라 충분히 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가격 재협상 및 인수자금지급 스케줄 재조정 등을 놓고 산은측과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딜이 깨진 사례도 있다.
 
동국제강이 쌍용건설 인수를 포기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대우건설의 경우도 두바이쇼크가 지속된다면 대우조선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본실사를 하는 것 자체가 기업가치를 새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본실사 과정에 두바이 쇼크가 터졌기 때문에 매각자 입장에서는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들 중동계 미국계 우선협상대상자들의 컨소시엄 구성과 자금차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두바이발 쇼크의 지속은 전세계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 재무적 투자자나 전략적 투자자들을 찾는 작업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두바이 쇼크가 대우건설 매각에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좀 더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대우건설 주가 동향을 좀 더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드시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며 "다만 협상 과정에서 논의가 될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