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자영 기자
2009.08.10 16:26:02
소음·진동·균열 등 문제점
주차공간 부족, 슬럼화 우려
[이데일리 김자영기자] 정부와 대한주택공사가 새로운 유형의 보금자리주택인 `기찻길 위 아파트`를 선보이기로 한 가운데 벌써부터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공사는 서울 상봉동 중앙선 망우역 인근 2만4000㎡에 1200가구의 망우 보금자리주택을 오는 2014년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상 5층 높이까지 박스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올린다는 것이다.
철길 위 아파트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소음과 진동이다.
철길에서 1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에서조차 소음이 들려오고, 기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진동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진동에 따른 건물 균열도 예상된다. 아울러 철길에 설치된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건설업체 공사 담당 관계자는 "일본 등 해외에서는 철로 위 아파트를 쉽게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에서 아직 철길 위에 상업시설이 아닌 주택을 건축한 예가 없어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낮 시간 때 이용이 많은 상업시설과는 달리 밤에는 작은 소음과 진동이라도 체감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하구조체에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재질의 제진장치를 시공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설계 담당자는 "전자파의 경우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통과하면 감쇄되는 효과가 있어 구조체를 보강하고 특수 기술을 첨가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주택은 직주근접형으로 전철역이 가깝다는 것이 장점인 반면 주차공간이 가구당 0.5대 안팎으로 전체 가구 중 50%만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집은 없어도 차를 갖고 있는 1~2인 가구들이 많다는 점에 비춰보면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철로 위 아파트`라는 개념이 우리 정서에 낯설다는 것도 문제다. 과거 빈민가가 주로 철로 주변에 형성된데다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주거환경으로는 최악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망우역 일대에 들어서는 보금자리주택 역시 1200가구 전체가 국민임대와 공공임대 등으로 채워져 일명 저소득층 주거지로 전락해 슬럼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음인터넷 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소음, 진동 등이 충분히 예상되는 곳에 집을 공급하더라도 가격이 저렴하다면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 곳에 살 수밖에 없다"면서 "대표적인 서민주거지역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