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매출 40兆'…KAI 강구영의 '글로벌 톱7' 빅픽처 나왔다

by김은경 기자
2023.03.17 13:47:27

강구영 KAI 사장, 취임 후 첫 간담회 개최
2027년까지 1.5조 투자…올해 3.8조 매출 목표
AAV·UAM 등 6개 대형사업 출발…주가 부양 ‘총력’
''매각설''엔 선 그어…"정부 매각 의지 없어"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이 205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 7’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을 ‘6대 대형사업’으로 재정비하는 한편, 조(兆) 단위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선다.

강구영 KAI 사장은 17일 서울 영등포 공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미래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6개월 만에 마련한 첫 공식 간담회다. 강 사장은 “KAI는 올해를 성장 원년으로 삼고 퀀텀 점프에 나설 것”이라며 “지금이 제2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주국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군수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KAI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민수 분야 역시 민항기와 우주,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이 확대되면서 KAI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KAI에 따르면 민항기 시장은 2040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전망이다. 우주 분야는 연평균 5.2% 성장해 2020년 420조원에서 2040년 1100조원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UAM 시장은 연평균 13.5% 성장해 2025년 180조원에서 1200조원으로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도 긍정적이다. KAI는 윤석열 정부 들어 K-방위산업과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직접적인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 공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KAI는 본격 성장을 위해 ‘미래형 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6개 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KAI의 6대 사업은 △차세대 무기체계(6세대 전투기) △수송기(친환경 항공기) △차세대 고기동 헬기 △민·군 겸용 미래항공기체(AAV) △독자위성플랫폼·위성서비스 △우주 탐사·모빌리티 활용 솔루션 등이다.

특히 AAV 분야는 경쟁사 대비 시장 진입이 늦어진 만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KAI는 2025년 AAV 실증센터를 만들고 이르면 2027년 시험기 비행을 목표로 한다. 뉴스페이스 분야는 초소형 위성에 집중한다. 강 사장은 “우리는 하드웨어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며 “위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우주 분야는 40~50년 뒤에 달로 갈 수 있을 정도의 서비스 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출에서는 북미시장 진출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강 사장은 “세계 최고 전투기들이 모두 모이는 북미 시장을 반드시 뚫어야 한다”며 “2025~2026년은 미국 사업에 올인할 기회가 오는 시기”라고 말했다. 민수 측면에서는 캐시카우인 기체 분야에서 품목과 기종을 지속적으로 다양화해 고객 요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강 사장은 “기체 분야는 KAI 전체 사업의 20%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손익은 50~80%가 여기서 나온다”며 중요성을 언급했다.

KAI는 성장을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메티버스·증강현실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인재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제품 개발에 7100억원, 플랫폼에 4600억원, 미래 신기술 확보에 3300억원을 투입한다. 이후 2027년부터 2032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하고, 2033년부터는 매출의 5~10%를 R&D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다.



KAI의 2025년 매출·수주 목표.(자료=KAI)
올해 목표는 수주 4조5000억원, 매출 3조8000억원으로 세웠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목표다. 강 사장은 “KAI는 2024년부터 본격 성장궤도가 예상된다”며 “내년 매출은 3조5000억원으로 올해 전망 대비 소폭 줄지만, 수주는 10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2025년에는 수주 10조4000억원, 매출 4조10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장기적으로 2030년 매출 15조원, 2040년 25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50년 매출 40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사장은 “현재 군수·내수 사업 위주에서 민수와 수출 비중을 높여 ‘세계 속의 KAI, 하늘과 우주 위에 우뚝 선 글로벌 KAI’로 도약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AI의 이러한 체질개선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강 사장은 “취임 후 ‘KAI는 한국형 전투기(KF-21) 이후에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그동안 사장이 자주 바뀌고 장기 투자가 힘들어 경쟁업체에 비해 시장 진출이 4~5년 정도 늦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실제 KAI는 출범 후 1999년부터 2016년까지 고도의 성장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6년 기준 3201억원을 마지막으로 영업이익 3000억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강 사장은 “외부의 경영 압박과 미국 APT 사업의 실주의 아픔, 코로나19 위기로 지난해 매출은 2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416억원 수준으로 감소했고 주가는 4만원대로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KAI의 주가는 현재의 두 배에 형성돼도 부족함이 없다”며 “앞으로 우리의 역량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주가 부양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사장은 이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KAI의 매각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강 사장은 “매각 수요자로 계속 여러 기업이 언급되는데 이는 부정하지 않겠다”며 “다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KAI가 그만큼 안정적으로 사업을 잘하고 있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뜻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각에는 KAI의 최대 주주인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확인한 바로는 정부에서 KAI가 잘하고 있으니 두고 보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또 국가 안보의 핵심인 항공우주전력을 과연 민간에 넘겼을 때 담보가 되겠느냐 하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강 사장은 “미국의 록히드마틴, 보잉과 같은 불세출의 회사도 정부 통제를 통해 운영된다”며 “정부에서 항공우주전력은 국가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공급자 측면에서 매각에 대한 큰 걱정은 없다”며 “저에겐 임직원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임직원 90% 이상이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