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구지은 대표, 경영권 사수…'4차 남매의 난' 장남 패배
by정병묵 기자
2022.06.30 11:01:02
아워홈, 30일 임시주총서 기존 이사 해임안 등 부결
'캐스팅보트' 쥔 장녀 구미현씨 불참…구명진·지은 합심
막내 구지은 대표, 오빠 구본성 공격 막고 경영권 사수
여전히 최대주주는 구본성…추가 경영권 흔들기 관측도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범 LG가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의 ‘4차 남매의 난’이 구지은 대표이사(부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회사 경영권 향방을 가를 ‘캐스팅보트’를 쥔 장녀 구미현씨가 임시 주주총회에 불참하면서다.
| 구본성(왼쪽)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사진=아워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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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은 30일 오전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 현 이사회 교체 및 신규 이사진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주총 안건을 부결시켰다.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31일 동생인 구미현·명진·지은 등 세 자매가 선임한 이사 21명을 해임하고 자신을 포함한 새로운 이사 48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겠다며 임시주총 개최를 아워홈에 요구했다.
아워홈이 이를 거부하자 구 전 부회장은 법원에 임시주총 허가를 요청했고, 지난 2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이날 주총이 열리게 됐다.
이날 구본성 전 부회장은 불참, 대리인을 출석시켰으며 구미현씨는 본인도 대리인도 불참했다. 구명진씨, 구지은 대표는 참석했다.
아워홈의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씨가 20.06%(자녀 지분 0.78% 포함), 차녀 구명진씨가 19.60%, 삼녀 구지은 대표가 20.67%를 각각 보유 중이다. 구 전 부회장이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구미현씨가 불참하면서 구명진씨와 구지은 대표(두명 합산 지분 40.72%)가 안건을 부결시킨 것이다.
구미현씨가 이날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과 관계가 벌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아워홈은 고 구인회 LG 초대 회장의 셋째 아들 고 구자학 회장이 만든 회사로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 구지은 대표이사가 지난 7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아워홈 남매의 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입사 후 사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본성 전 부회장이 2016년 경영에 참여하면서 첫 번째 분쟁이 발생했다.
2017년 장녀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구지은 대표는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2019년에는 구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 건으로 다퉜다. 2차 남매의 난이었다. 당시 아워홈은 캘리스코 식자재 납품을 중단하며 구지은 대표를 압박했고 캘리스코는 거래처를 경쟁사 신세계푸드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 30일 임시주총이 열린 아워홈 서울 마곡동 본사 전경.(사진=정병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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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고 구지은 대표이사가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자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도합 약 60%의 지분을 앞세워 구 명예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큰 오빠가 막냇동생 축출에 나섰다. 구 전 부회장은 “경영권에는 관심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그가 이번 임시주총 소집을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진을 구성한 뒤 본인의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이번 임시 주총이 부결되면서 구지은 대표이사는 경영권을 사수하게 됐다. 안건이 가결됐다면 구본성 전 부회장이 새 이사진을 구성해 구 대표를 해임했을 가능성이 컸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이번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현재 최대주주로 지분 38.56%를 보유한 구본성 전 부회장이 또 다시 경영권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