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슬퍼런 규제 분위기‥M&A 시장 찬바람부나

by장순원 기자
2016.04.06 11:14:13

시장 독점 우려에 규제 강화‥조세회피용 M&A 철퇴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기업 인수·합병(M&A)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세회피를 부추기거나 경쟁을 약화시켜 결국 미국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M&A 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법무부가 핼리버튼의 베이커휴즈 인수 금지 요구를 담은 소송을 이번 주 내 시작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업체가 합치면 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전 서비스 업계 2위인 핼리버튼은 지난 2014년 11월 업계 3위인 베이커 휴즈를 346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합병이 성사되면 1위인 슐럼버거와 큰 차이가 없는 공룡 유전서비스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 같은 입장은 전날 미국 재무부가 조세회피용 M&A를 사실상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로 내놓은 강력한 규제안이 발표된 직후 나왔다. 새 규제안에는 연쇄 합병을 통해 조세 회피를 추구한 기업들의 과거 3년간 미국 자산 취득을 인정하지 않고, ‘이익 축소(earnings stripping)’로 불리는 세금 줄이기 관행에도 제동을 거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적 조세회피 M&A로 거론되던 화이자와 앨러건이 결국 합병 계획을 철회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M&A 바람이 거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이 개선된데다, 시중에 유동성도 풍부한 상황에서 덩치를 키우거나 새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의도로 M&A를 적극 활용하면서다.

실제 미국 1위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이 2013년 US에어웨이스를, 2위 델타항공은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M&A했다. 건강보험업계에선 앤섬과 시그나, 애트나와 휴매나가 각각 M&A하면서 3강 구도로 재편됐다. 미국 1, 2위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작년 말 합병을 결의했다.



그렇지만 M&A로 경쟁업체가 줄면서 기업들의 독점 심화 우려가 커졌다. 소비자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제약 업계를 중심으로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내 여론도 악화한 측면이 있다.

반독점 규제를 외쳐온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덩치 부풀리기나 조세회피용 M&A에 한층 강력한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를 “미 조세 시스템의 가장 은밀한 구멍 중 하나”라고 규정하면서 규제강화에 힘을 보탰다.

당장 M&A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던 기업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GE 가전사업 부문은 세계 2위 가전업체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2014년에 33억 달러(4조원)에 인수를 발표했지만 미국 법무부가 시장독점에 대한 우려로 반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로펌인 해들리앤맥클로이 소속 피오나 셰퍼는 “연방 정부의 규제가 최근 몇 년간 강화됐다”면서 “베이커 휴즈와 핼리버튼의 거래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