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개인③)사례로 비교한 `재기의 길`

by김현동 기자
2004.08.17 14:30:20

배드뱅크..일정한 소득 없을 때
개인워크아웃..가용소득 감안해야
개인회생제도..과다한 채무 때

[edaily 김현동 최한나기자] ◇사례1= 가용소득 부족하거나 보증채무 부담 크면 개인워크아웃 도움안돼 회사원 A씨는 카드 `돌려막기`에 지쳐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고민중이다. 그의 총 채무는 카드빚 5000만원. 월 소득 150만원에 아내와 자녀 1명을 두고 있다. A씨는 내달 23일 시행예정인 개인 회생제도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A씨가 총 채무 5000만원을 최장 8년간에 걸쳐 연 6~8%의 이자를 갚아나간다고 하면 매월 75만원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한다. 월 소득 150만원에서 생활비 90만원을 뺀 A씨의 가용소득은 60만원(150만원-90만원)에 불과하다. 가용소득 60만원은 매월 갚아야 하는 이자를 내기에도 벅차다. 만약 무리하게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가 중간에 연체라도 하게 되면 신용회복지원이 취소된다. 금융질서문란자 등록돼 금융거래상 불이익도 받게 된다. 때문에 법원의 보호를 받는 개인회생제도가 유리하다. B씨는 `IMF 외환위기`로 사업에 실패, 전 재산을 잃었지만 아내와 두 자식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회사원이다. 그런데 최근 동생의 보증 채무로 인해 급여의 반이 가압류돼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중이다. 그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참이다. 그렇지만 B씨의 워크아웃 신청은 쉽지 않다. 보증채무 미이행으로 급여가 가압류돼 사실상 가용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신복위는 보증채무에 대해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따라서 B씨는 보증채무를 전액 변제하고 가압류조치에서 벗어나야만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다. 주부 C씨는 남편 몰래 사용했던 카드빚 때문에 신복위의 문을 두드렸다. 신복위와 협약에 참여한 금융기관이 많아 채무재조정이 쉬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C씨의 금융권 총 채무는 카드빚 2억4000만원이지만, 알음알음으로 빌린 개인채무 8000만원이 문제였다. 협약 금융기관외에서 빌린 채무가 전체 채무에서 차지하는 협약외 채무비율이 20%를 초과, 워크아웃 신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협약외 채권자가 협약에 가입한 채권 금융기관의 채무조정과 유사한 조건으로 채무를 조정해주는데 동의한다는 `조정동의서`를 받아온다면 신청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례2 = 파산 선고받으면 직장구하기도 어려워..과다 채무엔 개인회생제도 `유리` 지방에서 사립학교 교사 생활 5년째인 D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님이 자신의 인감을 이용해 빌렸다가 갚지 못한 빚이 5억원에 이른다는 것을 최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나 배드뱅크 활용을 생각했지만 빚이 너무 많아 모두 포기했다. 파산신청을 할까도 고민했다. 그런데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그나마 월급을 받고 있는 교사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산을 선고받을 경우 공무원을 비롯해 건축사, 법무사, 의사나 약사는 물론이고 교사(사립학교 교사 포함) 자격이 상실된다. D씨는 결국 개인회생제도를 선택하기로 했다. 가용소득으로 이자조차 갚을 수 없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인 E씨. 한때 전도유망한 공학박사였다. 명문대학을 나와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안정된 신분을 얻어 나름대로 남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행은 너무 쉽게 찾아왔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의 유혹이 문제였다. 공학박사가 보기에도 상품의 성공가능성은 높아보였고 대박의 꿈이 멀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것으로 여기던 불황의 그늘이 E씨에게도 찾아왔다. 벤처기업은 망하고 상품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승인했던 9억원의 연대보증채무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지만 연대보증은 끝까지 E씨를 따라다녔다. 파산을 신청할까도 고민했지만 당장 편하자고 파산을 신청하면 공무원 신분이 상실된다는 생각에 그럴수도 없었다. 보증채무로 인해 파산과 개인회생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평범한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시 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는 F씨는 시 교육감을 꿈꾸는 사회 고위층이다. 그렇지만 요즘 개인 회생제도를 신청할까 말까 고민중이다. 아무 생각없이 승인했던 보증채무 5억원이 문제였다. 결국 F씨는 개인 회생제도를 선택하기로 했다. 파산에 따른 면책의 유혹도 있었지만, 장학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교육감의 꿈도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3 =소액 채무는 배드뱅크 `유리`..3개월 시한 있어 복학생 H군은 하마터면 개인 회생제도로 갈 뻔 했다. 배드뱅크인 한마음금융이 지난 12일 대부신청 기간을 오는 11월20일까지 3개월 연장한다는 보도를 접하고서야 안심이 됐다. H군은 은행에 1000만원, 카드사에 1000만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각각 5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의 빚을 가지고 있다. 각 채무의 절반은 원금이고 나머지 절반은 연체로 불어난 이자다. H군의 경우 일정한 소득이 없기 때문에 개인워크아웃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따라서 H군은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아야 한다. 배드뱅크 프로그램은 지난 3월10일 기준으로 2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5000만원 미만을 3~6개월 연체한 다중 신용불량자가 신용회복 지원대상이다. H군이 배드뱅크를 이용할 경우 조정대상이 되는 채무는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에 진 2500만원 뿐이다. 대부업체는 한마음금융에 가입돼있지 않아 여기에 진 빚은 배드뱅크 프로그램으로 조정할 수 없다. 21살의 이른 나이에 결혼한 주부 I씨는 무심코 발급받아 사용한 현금서비스 500만원 때문에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례이다. 5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돌려막기 위해 I씨는 추가로 카드를 두장 만들어 이자 갚기를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전셋집 주인이 급하게 이사가면서 전세보증금 2000만원마저 떼여버렸다. 그 사이 500만원이던 카드대금은 이자빚을 갚기 위해 빌려쓴 대부업체의 빚은 이자가 이자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카드빚은 그 사이 원금 1700만원에 이자 200만원이 더해져 2000만원 정도로 불어있었다. I씨는 결국 선납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장을 구했고, 지난 7월6일에는 배드뱅크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신용불량자 구제제도 비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