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타버린 의약품…복지부, 중복 재처방 한시 허용

by이영민 기자
2025.03.30 20:50:10

산불로 의약품 손실 시 복용기간 남아도 처방
"재난지역 선포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대형 산불로 평소 복용하던 약을 잃은 피해 주민이 복용기한이 남은 약을 다시 처방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지난 28일 오후 경북 영양군 이재민 대피소인 영양군민회관에서 한 어르신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경상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 때문에 의약품을 잃은 피해주민에게 재처방·조제 시 ‘한시적 중복처방 예외 사유’를 적용한다고 각 병원에 안내했다.

동일한 성분 의약품의 경우 환자의 처방 복용기간이 남아 있으면 의약품이 오남용 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병·의원에서 중복으로 처방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번진 산불을 피해 대피한 만성질환자들은 평소 먹던 약을 챙기지 못해 문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각 병원에 공문을 발송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울산광역시 울주군 △경상북도 의성군 △경상남도 하동군·산청군 등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복용 중인 의약품이 산불로 사라져서 의사의 재처방이 필요할 때는 복용 기간이 남아 있어도 다시 처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환자 본인의 귀책 사유 없이 의약품이 소실되거나 변질된 경우에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와 관계없이 중복처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해 약 213시간 만에 꺼진 산불은 역대 2번째로 길게 지속됐다.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지난 21일부터 경남과 경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산불은 총력 대응 끝에 주불을 모두 진화했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산불 피해 영향구역은 총 4만 8000여㏊로 추산됐다. 주택은 3000여동이 전소됐고, 국가유산 피해 30건, 농업시설 2000여건 등 시설 피해도 상당했다. 이날까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 118곳에 생활하는 이재민은 377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