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인가?…KT 하청업체 품질평가표 봤더니
by김현아 기자
2023.06.30 14:16:17
논란 된 하청회사, 4년째 품질평가 1위
황창규 회장 시절 평가에서도 2위, 1위 기록
점유율 급증 배경엔 역사적 배경도
해당 회사 인맥구도나 비자금 여부 수사와 함께
품질평가, 경영방향(하청회사 정예화)도 고려해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검찰이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해당 기업(KDFS)의 점유율이 크게 오른 이유에는 최근 5년간의 품질평가가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해당 기업에 대한 KT 전 경영진들의 부당한 관여가 있었다고 의심하나, 구현모 전 대표가 취임하기 2년 전부터 품질평가 1,2 위를 차지했던 회사인 것이 확인된 것이다.
다만, 본사직원만 2만363명(2023년 3월 기준)에 달하는 KT의 사옥과 시설물 경비·청소 업체 일감 배분에 잡음이 계속되고 있어 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30일 이데일리가 KT 등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KT의 청소·경비 회사는 현재 KDFS, KSmate, KFnS, KSNC 등 네 곳이 있는데,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KDFS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품질 평가 1,2위를 차지했다.
KDFS는 품질 평가에서 ▲2018년 2위(당시 1위는 KFnS) ▲2019년 1위▲2020년 1위 ▲2021년 1위 ▲2022년 1위를 차지했다.
KDFS가 높은 점수(2018년 2위, 2019년 1위)를 차지한 때에는 황창규 전 회장 재임 시절도 포함돼 있다. KDFS는 2017년 평가에선 총 6개사 중 4위(당시 6개사 중 포스메이트와 현대ENG는 퇴출)였지만, 2018년 2위로 치고 올라오더니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가 결과는 KT의 물량 배분 근거가 된다. KDFS가 KT에서 올린 매출 역시 2018년 262억원에서 2022년 493억원으로 231억 늘었다.
같은 시기, KSmate는 KT 수주 물량이 259억원에서 519억원으로 260억 정도 늘었고, KFnS는 248억원에서 268억원으로, KSNC는 295억원에서 326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KT 시설관리 업체들의 매출이 일제히 늘어난 것은 KT의 전체 매출 물량이 늘고 인건비가 크게 상승한 이유도 있다. 또, KDFS가 KT에서 거둔 매출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KSmate에 비해선 증가량이 크지 않다. 현재 KT시설관리 업체 4곳 중 KT에서 거두는 매출 1위는 KSmate다. KDFS와는 근소한 차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KDFS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신모 KT 부사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내부의 이권 카르텔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그런데,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실제 조사에선 구현모 전 대표 취임 이전인 황창규 회장 시절부터 KDFS의 점수가 우수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황 회장 시절 2위(2018년), 1위(2019년)를 차지한 것이다.
일각에선 구현모 전 대표 취임(2020년) 이후 평가기준을 바꾼 특혜였다고 주장하나, 여러 평가기관을 거치면서도 줄곧 1,2위를 차지한 데는 해당 회사의 경쟁력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평가주체나 기준 변경과 무관하게 1,2위를 차지한 이유에서다. KT에스테이트-외부기관 위탁평가에서 KT텔레캅·KT에스테이트 합동평가 등으로 바뀌었지만, 점수는 우수했다.
검찰에선 KDFS에 일감을 몰아준 근거 중 하나로 2020년부터 남중수 전 대표가 KDFS에 고문으로 일하고, 그 이후 KT 고문으로도 활동한 걸 의심하고 있다. 또, KDFS 현 대표인 황욱정 대표가 남 전 대표 측근이라는 사실도 일감 몰아주기의 배경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KDFS와 KT간 거래에서 비자금으로 쓰일만한 돈거래가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품질평가 점수가 좋은 회사에 KT 배정 물량이 늘어난 것만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치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KDFS의 역사적 배경도 고려할 만하다.
시설관리 업계에 따르면 KDFS의 전신은 굿모닝에프다. 그런데 굿모닝에프 강상복 회장은 2013년 5월, KT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굿모닝에프(현 KDFS)는 2001년 KT 자회사인 한국통신개발을 인수해 2009년까지 KT 총 물량의 60% 정도(최대 400억원)를 올렸다가,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물량이 쪼그라들었다. 2013년에는 KT 협력사에서 퇴출됐다.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은 2009년 KT가 KT텔레캅 산하에 KFnS라는 손자회사를 만든 게 계기였다. KT를 공정위에 제소한 강 회장은 미움을 받아 KT물량이 5%까지 급감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KT 출신인 황욱정 현 대표를 영입했다.
2001년~2009년까지 60%에 달했던 KDFS의 KT 시설관리 점유율은 2010년~2012년에 15%로 쪼그라들었다가 2013년엔 퇴출됐고 공정위 제소 이후 2016년엔 5%까지 내려앉았다. 2018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현재는 3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KT텔레캅 임원 A씨를 소환 조사했는데, A씨로부터 “2021년 초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현 대표 대행)이 ‘일감 몰아주기는 구현모 대표와 이야기가 된 건데 왜 안 하려고 하냐’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앞서 일감 몰아주기 지시가 담긴 A씨와 신 부사장 사이 통화 녹취록도 확보했다. 신 부사장이 “KDFS에 시설관리(FM) 업무 물량을 몰아주라”고 말한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박종욱 대표 대행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신다”면서 “신 부사장과의 녹취는 당시 KT가 ICT사업(디지코)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기술역량 등을 고려해 2개사로 정예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들에 대한 퇴출프로그램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검찰의 일감 몰아주기 수사는 당시의 인맥 구도, 비자금 수사뿐 아니라, 수년간의 하청 업체 품질평가 결과, KT그룹의 경영방향(하청 업체 정예화)도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속되는 하청 업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필요해 보인다.
2013년 이석채 회장 시절, KDFS(옛 굿모닝에프)는 KFnS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공정위에 고발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KFnS와 KSNC 측이 KDFS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