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독수리가 썩은고기 먹어도 괜찮은 이유 규명

by이승현 기자
2014.03.31 12:00:36

중앙과학관 등 공동 연구팀, 세계 최초로 독수리 게놈정보 분석
독수리가 부패사체 먹어도 미감염되는 이유 유전학적 설명할 단서 찾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우리나라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멸종위기종인 독수리의 게놈(유전체) 정보 분석에 성공했다. 독수리가 썩은 고기를 먹어도 이상이 없는 이유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설명할 길이 열렸다.

박종화 테라젠바이오 연구소장
국립중앙과학관은 테라젠바이오연구소와 문화재청,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독수리 게놈 및 분석결과 정보는 생명연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ftp.kobic.re.kr/pub/Eurasian_vulture)를 통해 공개됐다.

공동 연구팀은 두 마리의 살아있는 독수리의 혈액샘플을 이용해 세계 처음으로 독수리의 DNA와 RNA 서열을 생산했다. 연구팀은 게놈서열 분석을 통해 약 20만개의 독수리 유전자를 규명한 결과 면역과 위산의 분비와 관련된 유전자가 특이하게 변화된 점을 확인했다. 독수리가 부패한 동물 사체 등을 먹어도 질병에 걸리거나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는 이유를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낸 것이다.

독수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준위협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천연기념물 제243-1호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희귀종이다. 독수리는 가축사체를 먹어치워 사체로부터 발생하는 탄저균 등이 사람과 여타 동물을 감염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번식지인 몽골지역의 축산업 변화로 먹이자원인 가축 사체가 줄어드는 데다 각종 독극물과 수의약품에도 노출돼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박종화 테라젠바이오연구소장은 “독수리는 현재 유전정보가 밝혀져 있는 매와 진화적 측면에서 약 8000만년 전 분기되었음을 확인했다”며 “진화학적으로 근연종과 오래전에 분기된 독수리의 유전자 규명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과장은 “이번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독수리 연구에 획기적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며 “이번 연구가 멸종위기 조류의 종 보존을 위한 게놈연구분야의 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몽골 번식지 주변을 활공하는 독수리. 국립중앙과학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