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보리 기자
2014.03.12 11:47:03
은행들 "채권 동결로 피해금 일부 못받을 가능성 커져"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직원의 대출 사기에 연루된 KT ENS가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금융권에서는 ‘꼬리짜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남은 자산으로 빚잔치를 벌이는 부도와 달리 법원이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기업의 모든 채권행사가 동결돼 집행이 연기되고 또 피해금 일부를 아예 못 받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사기 피해를 입은 KB국민ㆍ하나ㆍ농협은행은 대부분 지난해 재무제표에서 손실에 반영해 추가 실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대출금 일부를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농협·하나은행은 충당금을 모두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한 ‘고정이하’ 채권으로 분류해 쌓았다.
가장 큰 손실을 본 하나은행은 지난 5일 KT ENS 대출 피해에 따른 충당금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 200억 원에서 860억 원 감소한 9338억 여 원으로 정정 공시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당장 채권 행사가 동결돼 대출금을 잡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채권 할인 등으로 일부 대출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면서 “갑자기 KT ENS 법정관리 소식을 접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대출사기 피해액 297억 원을 지난해 실적에서 손실로 잡고, 대출사기에 따른 피해액 전액에 대해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은행도 피해액 296억원 전액을 지난해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직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KT ENS는 KT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당초 부도처리가 점쳐진 상황에서 법정관리 신청 발표돼, 은행들은 더욱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피해 은행들이 소송을 준비하자 KT ENS가 불리하다는 판단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꼼수 논란도 나오고 있다.
피해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송으로 가면 대출금을 물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부도가 아닌 법정관리로 피해를 줄이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이 KT ENS의 법정관리를 받아들이면 은행들은 이해관계인 회의 등에 참석해 가능한 한 피해금을 회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