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원자재값 급등 전세계 `인플레 주의보`

by김혜미 기자
2011.04.01 13:33:00

곡물가 공급부족 우려 급등..원자재값 연일 사상최고
인플레 과열 우려로 각국 긴축..성장둔화 불가피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글로벌 상품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가뭄과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면서 곡물값이 폭등하는가 하면, 이머징 마켓 수요 증가로 원자재값은 사상최고치를 돌파했고 국제유가는 세자릿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플레이션 과열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 긴축 조치를 내놓고 있고 유럽 등 선진국들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돼 성장 둔화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5월물 선물 가격은 가격 제한폭인 30센트, 4.5%까지 부셸당 6.9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두와 밀 등 기타 선물 가격도 각각 2.8%와 5% 올랐다. 1년 전에 비해 옥수수값은 두 배 올랐고, 대두값은 50% 가량 상승했다.

▲ 연도별 미국 농산물 생산량(출처 : WSJ)

이날 농산물 선물 가격이 상승한 데는 공급 부족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미 농무부(USDA)는 3월 초 옥수수 재고가 65억2000만부셸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대두 재고도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추산에 따르면 2011~2012 수확기 말에 옥수수 재고량은 3주 공급분에, 대두는 10일 공급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농산물 생산량을 대폭 늘릴 계획이지만 공급 부족 우려를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이다. USDA는 옥수수의 경우 지난해보다 5%, 밀과 면화의 경우는 각각 8%와 15%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옥수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지만 전문가들은 부족한 재고를 채우기에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농산물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곡물 수요가 공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대지진 등 자연재해는 수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에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도 곡물값 급등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

게다가 대지진 이후 일본의 식품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투기세력이 농산물 선물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유다.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이 일본 내 농산물 생산에 적잖은 피해를 입혔고, 그로 인해 곡물과 육류, 과일, 해산물 등의 수입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미 국내 식품 공급의 5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농산물 외에도 원유와 구리 등 국제 상품 가격이 일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과열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4.9%를 기록하며 정부 목표치인 4%를 웃도는 등 특히 아시아 지역 인플레이션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영국도 4.4% 기록하는 등 선진국들도 물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각국 정부는 물가를 주시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조치 등을 내놓고 있어 당초 목표했던 경제 성장률을 달성에 부담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대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0.2%포인트 낮은 4.81%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아직까지 계획했던 경제성장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상품 수요 증가에 호황을 누려 온 호주 정부는 "일본 수요 증가로 일부 상품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므로 중기적으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