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0.11.24 12:02:02
고객 세금 대납 후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 제기
기각시 행정 소송..패소해도 구상권 청구 않기로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은행들이 비과세 상품으로 판매해온 금 통장(골드뱅킹) 수익금에 대한 정부의 소급 과세 방침에 대해 조세불복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우선 고객들이 내야 할 소급 적용 세금을 대납하고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제기할 방침이다. 만약 기각 판결이 나올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패소하더라도 고객에게 세금을 청구하는 구상권 행사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기업 등 골드뱅킹을 취급중인 은행들은 고객들이 내야 할 소급 적용 세금을 대신 내준 뒤 은행연합회와 공동으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최근 정부가 비과세 상품인 골드뱅킹을 뒤늦게 파생상품으로 분류하고 골드뱅킹 계좌에서 2009년 1월1일 이후 발생한 이익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한데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국세청에 세금을 대납하고 가입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고객들과의 신뢰 문제가 우려된다"며 "우선 심판청구를 제기해 세금을 (국세청으로부터) 되돌려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무당국은 아직 어느 정도의 규모로 세금을 부과할지 은행들에게 통보하지 않은 상태지만 은행권은 세무당국의 소급 적용 추징 금액이 최소 2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은행권은 조세심판원으로부터 기각 통보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행정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까지 내부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엔화 스와프 예금` 과세 등 과거 은행의 심판 청구 사례를 봤을 때 기각될 확률도 적지 않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행정소송을 밟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은행들 간 합의를 해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불거진 `엔화 스와프 예금` 과세 소송 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은행들이 `골드 뱅킹` 과세 소송에 대한 법정 다툼은 최소 3년 이상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골드뱅킹은 고객 스스로 일정 시세에 금을 사서 그 가격 변동폭에 따라 이익, 손해를 보는 일종의 매매 거래로 은행들이 가입자들을 대표해 투자와 수익금 분배 등의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파생상품으로 볼 수 없으며, 승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최근 국세청이 골드뱅킹에 대한 과세 여부를 질의해온데 대해 지난 11일 예규심사위원회를 열어 배당소득세 15.4%를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골드 뱅킹을 파생상품으로 분류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은행은 신한(3600억원), 국민(283억원), 기업(171억원) 등으로 총 4054억원에 이른다. 지난 15일부터 신규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며, 정부의 명확한 과세 기준을 확인하고 원천징수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갖춘 뒤 다음달 1일부터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