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략 어떡해`..환율전쟁에 수출기업 고민 커진다
by전설리 기자
2010.10.08 14:30:06
높아진 환율 불확실성..내년 전략수립 어려움 토로
원화강세 장기화시 실적감소 불가피..사태 예의주시
결제통화 다변화-환헤지-비용절감 등 대책 마련 부심
[이데일리 전설리 윤종성 정재웅 조태현 기자]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라는 터널을 미처 빠져나오기도 전에 `환율전쟁`이라는 갈등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과 수출확대를 위해 `돈 찍어내기`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도 위안화 절상 압력에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빚어진 환율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은 물론 내년 경영전략을 짜는데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달러-원 하락이 장기화 될 경우 수출기업들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율전쟁이 각국 보호무역주의로 비화될 경우 교역량 감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요 기업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결제통화 다변화, 환헤지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장기적으로는 원가절감, 해외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환율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상시 대응체제를 갖춰 나간다는 방침이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110원대를 기록중이다. 대부분의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달러-원 환율을 1100원대로 예상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환율하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향후 각국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환율전쟁이 심화될 공산이 크고 환율 급변동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 전략을 짜는데 있어서 변수와 불확실성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가 환율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에게 환율은 한해 실적을 좌지우지 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 실제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의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내년 사업계획 작성에 있어 기준환율을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올해는 달러-원 기준환율을 1100원으로 결정,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원화강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에는 좀 더 보수적으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과거 결제비율이 높았던 달러를 줄이고 유로화 등 기타 통화의 결제비율을 늘리기로 했다. 또 해외생산을 통해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연구 단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가절감을 통해 900원대 환율에도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005380) 관계자는 "현재 환율은 800원대로 진입했던 지난 2007년이나 1000원대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해외공장 건립 가속화 등으로 환율이 경영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아직까지는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이 미미하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그러나 내년 경영전략 수립과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원화강세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전반적인 제품 생산과 판매가 글로벌화 돼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비중이 큰 사업의 경우 원화강세가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066570) 관계자는 "사업이 37개국 통화로 이뤄지고 외국 생산 비중이 높아 과거에 비해 환율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원화강세가 장기화되면 가전·에어컨 사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수출 거래의 대부분에 대해 환헤지해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수주에서 건조대금 수령에 이르기까지 통상 2년 가량 걸리는 `롱텀 비즈니스(Long Term Business)`인 까닭에 환율 급등락에 따른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달러 결제대금의 100%를 환헤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STX조선해양(067250) 등도 결제대금의 70~ 80%를 환헤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향후 수주 물량의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환헤지를 통해 환율급등락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율 변동이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다"면서도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