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역대급' 국채금리 폭등…"긴축으로 투자자들 피눈물"
by김정남 기자
2022.09.20 10:59:58
'매파 연준' 심상찮은 미 국채금리 폭등
2년 금리 4% 눈앞…10년물 11년래 최고
금리 역전폭 80년대 초 수준 '시간문제'
"시장 신호 명확…몇분기 내 경제 위축"
달러지수 110선 고착…2002년 이후 처음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줄줄이 약세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초강경 매파’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폭등세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장기물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11년 만에 처음 3.5%를 넘었고, 연준 통화정책과 사실상 연동돼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는 4%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2년물이 10년물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는 기류다. 그 폭도 최근 20년 넘게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벌어져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의미다. 이에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대다수 자산에 대한 투심이 악화하고 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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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92%를 나타냈다. 장중에는 3.518%까지 치솟으면서(국채가격 하락) 2011년 4월 이후 11년5개월 만에 처음 3.5%선을 넘었다. 2년물 금리는 더 큰 폭 뛰었다. 이날 3.927%를 나타내면서 어느덧 4%를 목전에 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7년 10월 이후 거의 15년간 2년물 금리는 4%를 넘은 적이 없다.
‘역대급’ 국채금리 폭등은 연준의 초강경 긴축 쪽으로 시장이 급격히 기울고 있어서다. 2년물의 경우 4%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금리 전문가인 이언 린젠 BMO 캐피털 마켓츠 수석전략가는 “(이번달 나올) 연준 점도표의 최종 기준금리를 4.25~4.50%라고 보면 2년물이 4%를 넘는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리피니티브 집계에 따르면 연준의 내년 최종 금리는 최고 4.4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5%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있다. 매튜 루체티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강한 노동시장 여건이 이어지면 최종 금리가 5%를 초과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석학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 만나 “연준이 금리를 5% 이상 올려야 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대 기준금리는 당초 예상하기 어려웠던 수치다.
금리가 뛰면서 ‘킹달러’ 흐름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이날 110.18까지 상승했다. 110선 위에서 고착화하는 것은 2002년 이후로 볼 수 없던 풍경이다.
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길어지는 와중에 그 폭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물인 2년물의 오름세가 10년물보다 더 가파르다는 뜻이다. 이날 2년물과 10년물 역전 폭은 46bp까지 벌어졌다. 2000년 3월 이후 22년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월가가 금리 역전을 주목하는 것은 경기 예측력 때문이다. 당장 눈앞보다 먼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수년 후에도 불경기가 이어진다는 전망으로 장기금리가 낮아지면, 그 차이는 좁혀질 수 있다. 금리 역전이 경기 둔화 혹은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톰 이사예는 “국채금리 역전이 주는 신호는 명확하다”며 “몇 분기 안에 경기가 위축될 것 같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요즘 2년물 급등 흐름을 보면 금리 차가 50bp 이상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50bp 이상은 1981년 9월 이후 볼 수 없던 수치다. 시장이 1980년대 초 같은 초강력 침체를 점치고 있다는 해석마저 가능하다.
이에 각종 자산시장은 공포감 속에 연준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뉴욕 증시부터 약세 압력이 강하다. 미국 국채에 투자해도 4%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굳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탓이다. 노던 트러스트의 케이티 닉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 때”라고 말했다.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은 시장이 붕괴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긴축은 투자자들의 피눈물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신흥국 경제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전미 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이번달 주택시장지수는 46으로 전월(49)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진 이후 두 달째다. 이 지수가 50 아래에 있다는 것은 주택업계가 부동산 시장의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로버트 디에츠 NAH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건축업계의 심리가 악화하는 것은 최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2008년 이후 최고치인 6% 이상으로 끌어올린 공격적인 통화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도 비슷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내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1만8390.32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날 장중 내내 심리적 지지선인 2만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