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장사’ 도성환 홈플러스 前 사장 등 1심서 모두 무죄(종합)
by조용석 기자
2016.01.08 11:35:03
법원 "개인정보법에서 요구하는 의무 모두 지켜"
피해고객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영향 미칠 듯
|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 전 홈플러스 사장이 8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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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대규모 경품행사를 미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보험회사 등에 팔아 수백 억 원을 받고 판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61) 전 홈플러스 사장 등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요구하는 의무를 모두 지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61) 전 홈플러스 사장과 홈플러스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도 사장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을, 홈플러스에는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김모(62) 전 부사장과 현모(49) 신유통서비스본부장, 전·현직 보험서비스 팀장 3명과 보험사 직원 2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부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제3자에 정보를 제공할 때 이용목적 등을 고객에게 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이를 유상으로 판매한다는 사실까지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홈플러스 측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요구하고 있는 고지사항을 모두 기재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기초로 볼 때 고객들도 자신들의 정보가 나중에 보험회사 영업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부 부장판사는 ‘동의 관련 부분의 글자를 1㎜ 크기로 인쇄해 사실상 고객들이 볼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검찰에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글씨 크기가 1㎜(4포인트)로 작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복권 등 일반적인 응모권 글자크기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홈플러스가 고객을 속이기 위해 글자를 줄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홈플러스가 제대로 경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기소내용에 대해서도 부 부장판사는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를 실시하면서 경품의 가격과 발송 비용등도 모두 계산해 예산안을 짰고 직접 또는 대행사를 통해 당첨고객과 연락하려 애썼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무죄가 선고되자 피고인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축하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1회에 걸쳐 진행된 경품행사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약 700만건을 불법 수집하고 한 건당 1980원씩 7개 보험사에 모두 약 148억원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홈플러스 전·현직 보험서비스팀장 3명은 2011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회원들의 사전 동의없이 보험사 2곳에 약 1694만건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하고 약 83억 5000만원의 판매수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홈플러스가 33개월간 판매한 개인정보로 얻은 영업수익은 모두 231억 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판결은 피해고객들이 홈플러스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