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KT, '팬택' 죽이나..출고가 인하 논쟁
by김현아 기자
2014.04.18 14:50:39
팬택,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
4월 24일 520억 원 2차 어음 막아야 하는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LG유플러스(032640)와 KT(030200)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팬택을 살린다는 이유로 베가시크릿업(IM-A900L)의 출고가를 95만 4800원에서 37% 인하한 59만 9500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하자, 팬택과 SK텔레콤(017670)이 반발하고 있다.
베가시크릿업 판매가 저조하니, 출고가를 35만 5300원 내려 판매가 활성화되도록 돕고 이를 통해 팬택이 잘 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 팬택 살리기 나섰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팬택 경영 정상화 돕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를 37% 인하해 50만원 대에 팔기로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팬택 분위기는 다르다. 통신사들이 출고가 인하를 발표하는 바람에 당장 판매량은 늘어날 수 있지만, 되려 경영상태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팬택 관계자는 “이미 깔려있는 베가시크릿업의 재고물량은 우리가 차액(35만 5300원)을 뱉어내야 하게 됐다”면서 “취지는 이해하나, 재고 물량 처리가 합의되지 않아 우리는 (이런 발표에 대해) 반대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도 “재고비용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36만 원이나 출고가를 내린 것은 편법 보조금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와 KT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팬택의 출고가 인하에 따른 재고보상비용 압박을 고려해 장기 임대로 받기로 한 걸로 안다”면서 “팬택이 겉으로 반발하는 것은 (이에 반대하는) SK텔레콤의 눈치를 살피기때문”이라고 반박했다.
KT 측은 “우리는 LG유플러스와 달리 팬택과 합의해 오전 중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유플 말이 맞든, SK텔레콤 말이 맞든지 간에 이번 조치가 팬택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출고가 인하를 단행한 KT 역시 이번 조치가 일방적인 ‘팬택 살리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팬택은 당장 24일 돌아오는 520억 원의 2차 어음을 갚아야 하며, 매월 1200억 원의 자금이 요구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KT가 95만 원짜리 단말기를 59만 원에 팔면서, 여기에 적정 보조금을 싣는다면 베가시크릿업의 판매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팬택과 두 통신사 간 협상에서 출고가 가격차이(약 36만 원)를 통신사가 어느정도 떠안지 않고, 나중에 모두 팬택으로부터 돌려받는 방식을 취한다면 팬택의 채무는 결과적으로 커진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현재 이통3사에 깔려있는 팬택 재고는 최소 4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팬택 부사장이 미래부에 자체 유통망을 포함 현재 재고 단말기가 60만 대라고 밝혔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번 베가시크릿업 출고가 인하로 팬택이 LG유플러스에 줘야 하는 재고보상비용(출고가 인하로 기존 재고에 대해 발생하는 하락분을 대리점/판매점에 보상해주는 비용)은 200 억원, KT가 보상해야 하는 비용은 3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팬택 관계자는 “이통3사가 모두 조율해 당장 출고가를 인하하기보다는 재고 단말기에 대한 처리까지 포함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도 고민은 남는다.
이미 깔린 단말기에 대한 출고가 인하분을 팬택에서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면 회사 손실에 따른 배임의 혐의가 제기될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