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간담회, 의혹 더 키웠다

by정재웅 기자
2008.09.02 15:41:59

현대重 "대우조선 끝까지 간다"..시장 "글쎄.."
"국민연금과 손 안잡는다"..인수 중도포기 위한 포석 의심
시장과의 소통에 대한 이해부족..시장 불신 증대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여러 대기업이 대우조선 인수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힐 때도 "관심없다"며 일관된 태도를 보였던 현대중공업(009540)이 급작스레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전에 뛰어들더니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그리고는 컨소시엄 구성없이,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도포기설, '대우조선 간보기 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호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총괄 부사장(CFO)는 2일 서울 계동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고위층이 직접 나서 인수 의지와 시장 우려에 대한 해명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같은 제스처가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던 의혹이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의구심만 더 키웠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갑작스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에 대해 "검토한 바조차 없다"는 발언까지 해왔기 때문이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대우조선 인수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인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누차 강조해왔었다.

당연히 시장이 느끼는 '배신감'은 상당하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발표 당시 시장 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이는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일일뿐더러 진의가 의심스럽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민 부회장의 말은 터무니 없는 가격이 될 경우, 관심이 없다는 말이었다"며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는 일각의 지적처럼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산업은행 M&A실에는 이미 참여 통보를 해둔 상태였다. 내부적으로 경영 주도권과 FI(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수익률 문제 등으로 진통이 많았으며 최종 결정은 두 달 전쯤에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수참여 급조설, 최대주주 정몽준 의원 입김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그만큼 시장에서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우리와 함께 할 마땅한 팀이 있다면 같이 하겠지만 경영 주도권과 수익률, 풋백옵션 등을 고려할때 이런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민연금과도 우리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포스코, GS, 한화 등 인수후보들은 국민연금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할 금액이 전체 인수금액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국민연금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대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과의 손잡기는 당연한 수순. 다른 인수후보들도 이같은 이유에서 국민연금과의 연합을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이 주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재무적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애매한 이유로 국민연금을 배척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목적이 대우조선해양의 정보를 적은 비용으로 열람해 보겠다는 의도를 뒷받침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국민연금과 같은 거대한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지 않는 것은 결국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는 목적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도 "국민연금과 연합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인수전을 중도 포기해도 함께한 FI로부터 받을 비난과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이번 인수전에 큰 관심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