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줄줄이 푸는 환경부…"유연한 규제가 민간혁신 유도"

by김경은 기자
2022.08.26 12:32:12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 환경규제혁신방안 尹 대통령에 보고
폐기물 네거티브 규제…화학물질 유해성 비례규제
환경영향평가 스크리닝 제도 도입…평가 간소화할 듯
탄소중립·순환경제 ''기업'' 통해 가능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포지티브 방식의 환경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다양한 방식의 폐기물 재활용을 유도하고, 환경영향평가제도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손질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기업혁신 지원을 위해 열분해유·바이오가스 산업 육성, 폐배터리 재활용 활성화 정책 등을 실시하겠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6일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환경규제 혁신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2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규제혁신은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의 품질을 높이는 질적 개선”이라며 “선진국은 지금 유연한 환경규제로 기술혁신과 신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민간이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허용된 것 말고 다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금지된 것 말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폐기물 중 유해성이 적고 재활용이 잘되는 품목은 ‘순환자원’으로 인정 받게 된다. 포지티브 방식에서는 법에서 정해놓은 유형 외에는 폐기물 규제를 적용 받았다. 이에 법에 정해지지 않은 다른 용도로 재활용을 하려면 이 규제의 예외를 적용 받기 위해 복잡한 신청 및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또 ‘폐기물 규제특례제도(규제샌드박스)를 도입, 재활용환경성 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재활용 가능대상도 대폭 늘린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일정조건하에서 현행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연 2114억원의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하고, 연 2000억원 이상의 재활용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기대했다.

또 환경부는 모든 등록 화학물질 처리시설에 동일하게 적용했던 규제를 화학물질의 유·위해성의 수준에 따라 취급시설 기준, 영업허가 등의 규제를 차등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규제 개선의 예로 고체 상태의 납을 소량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환기설비 설치 등 불필요한 의무를 면제 받게 되고, 소량 취급 사업장으로 허가에서 신고로 전환돼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고 환경부는 소개했다.

다만 화학물질의 유·위해성의 과학적 입증이 장기간 소요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물질의 유 ·위해성 정보에 대한 파악과 관리 강화가 필요한 점은 과제다.

약 40년간 운영해 온 환경영향평가제도에는 ‘스크리닝(screening)’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검토(스크리닝)해 환경영향평가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이면 모두 평가를 받아야 한다. 평가 건수가 많고 조사의 항목과 범위도 매우 광범위해 부실화·형식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스크리닝 제도는 10여 년 전부터 도입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환경부는 “사업자와 승인기관의 책임이 강화돼 가는 것이 선진국의 추세인 만큼 국내에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법률로 정한 평가면제 대상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스크리닝해 평가 여부 결정하고, 유럽은 환경평가가 필수인 사업(1군)과 스크리닝해 평가 여부를 결정하는 사업(2군)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 조사의 범위·항목을 ‘사업자와 협의기관’이 함께 정하도록 한다. 지정된 필수 조사항목 외의 항목은 인근 사업장의 기존 조사나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자의 조사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깜깜이’식 평가 방식의 문제 해결을 위해 모바일 앱을 통해 평가 진행상황은 실시간 공개한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환경부가 기업혁신 지원에도 나선다는 목표다.

세부 정책 분야로는 △열분해유·바이오가스 이용 확대 △폐배터리 재활용 △배출권할당제 해외감축실적 인정 간소화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활성화 △녹색산업 육성 등이다.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해 내고 플라스틱 재생 원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재활용 유형과 기준을 개선한다.

현재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보일러 보조연료로만 국한해 재활용할 수 있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는 재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등에서 재생 플라스틱 사용 비율 의무화 등이 도입되는데 따라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을 열어준다는 차원이다.

또 가축분뇨·음식물 폐기물 등에서 나온 바이오가스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직거래 공급량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순환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한다. 이에 따라 오는 2026년엔 363억원의 매각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배출권할당제는 신설·합병기업에 불리한 온실가스 배출권 추가할당 조건을 합리화하고, 해외 감축실적의 국내실적 전환 절차를 간소화한다.

CCUS 활성활를 위해선 포집 이산화탄소에 대한 폐기물 규제 면제 및 재활용 유형 신설 등을 추진한다.

이 밖에도 환경표지 인증제도를 개선해 단순히 색상, 디자인 등만 다른 제품은 하나의 제품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하고,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등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