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퍼주기 경쟁에 비어가는 나라곳간…허리띠 더 졸라매는 기재부
by이명철 기자
2020.04.07 10:00:00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
1차 추경 11.7조 이어 추가 7.1조 규모 편성해야
재난지원금 확대 가능성도…재정 악화 불가피
국고채 이자 절감 사엄 연기·구조조정으로 재원마련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지출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이어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7조1000억원)도 추진 중이다. 세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가채무가 700조원에 육박한 상태에서 추경 재원 마련도 막막하다. 특히 정치권에서 긴급재단지원금 지급대상 및 금액 확대를 요구하면서 나라살림을 맡은 기획재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정부는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확대될 경우 재원조달 난이도가 더 높아진다. 부채를 늘려 재정지출을 메우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2차 추경은 코로나 사태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소득 하위 70% 가구에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자금 소요는 9조1000억원 정도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부담금을 제외한 7조1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이르면 이번주 마련할 예정이지만 정치권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난지원금 확대 입장을 밝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앞서 5일 국민 1인당 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대목에선 차이가 있지만 여야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에 의견을 같이한 셈이어서 국회에서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대상을 넓힐 경우 예산은 지금보다 3조~4조원 가량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2차 추경 규모가 1차(11조7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상황은 여의치 않다. 그동안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재정 지출을 확대한 반면 세수는 예년에 비해 덜 걷혀 적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2019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12조원 적자로 전년 흑자(31조2000억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54조4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대비 2.8% 수준을 기록했다.국가채무는 중앙정부 699조원, 지방정부 29조8000억원 등 총 728조8000억원으로 GDP의 38.1%를 차지하고 있다.
기재부는 1차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까지 감안할 경우 올해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5%에서 4.1%, 국가채무 비중은 39.8%에서 41.2%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2차 추경 규모도 1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경우 나라 빚이 늘어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정부는 2차 추경 재원을 전액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재난) 지원금 소요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전액 금년도 기정예산 조정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마땅히 돈이 나올 구석도 없다.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세입에서 세출과 이월액을 제외한 금액)은 2조1000억원(일반회계 619억원, 특별회계 2조609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한 2014년 이후 5년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쓰지 않은 예산 비율(불용률)이 1.9%로 2006년(1.6%)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재정을 적극 집행한데다 1조3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등 수입대비 지출이 많은 구조 탓이다.
구조조정은 먼저 국고채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 절감분을 재원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예산안 편성 당시에 산정한 국고채 이자 금리와 시중금리의 차이로 발생하는 사업비를 추경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예산에 반영된 국고채 이자 규모는 19조9000억원 가량인데 지난 5년(2014~2018년) 불용 규모는 해마다 5000억~1조원 가량 발생했다.
국방·의료급여·환경·농어촌·사회간접자본(SOC) 지출 등에서도 절감 또는 일정 조정이 가능하거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사업의 지출을 줄일 방침이다.
구조조정을 완료 후 재원이 부족할 경우 적자국채를 발행해야겠지만 앞으로 재정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기재부는 재정 확대 추세에 맞춰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례적인 보조금 사업 등 각 부처의 재량지출을 10% 의무 감축키로 결정하는 등 재정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강미자 기재부 재정건전성과장은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며 “향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