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로또' 인터넷 구매 카드 만지작…여론 반대 넘을까?(종합)

by박종오 기자
2017.01.30 16:30:25

△시민들이 이달 중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복권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로또(온라인 복권)를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로 구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로또는 정해진 판매점에서 현금으로만 살 수 있지만, 이용 편의가 대폭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는 새 상품이 출시되면 복권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여론 반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로또 확대 카드 만지작 거리는 기재부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0일 “올해 상반기 중 로또의 인터넷 판매를 위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온다”며 “이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면 하반기부터는 로또 인터넷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법무협회에 실제 로또 인터넷 판매의 장·단점 분석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이 보고서가 다음달 마무리되는 만큼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를 위한 법 개정은 완료한 상태다. 작년 3월 국회에서는 로또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기재부도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복권에 인터넷 판매 로또를 추가하는 법 시행령 개정을 마쳤다.

기재부는 현재 1인 1회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한 로또 구매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기존 전자복권의 경우 한도가 30만원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도 조정은 앞으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로또 판매채널 확대 검토, 왜?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복권 상품 총 12종 중 인터넷 신용카드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스피드키노·메가빙고·파워볼 등 전자복권 7종. 국내 전체 복권 판매액의 92%(작년 상반기 기준)를 차지하는 로또는 정부가 정한 복권방에서 현금으로만 사야 한다.

△현재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복권 상품 유형 [자료=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기재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복권 판매액(30억 4900만 달러)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 0.22%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0.47%)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아래에서 여섯째로 낮다.

GDP 대비 복권 판매액 비율 1위인 그리스는 이 비중이 1.94%에 달한다. 이탈리아(1.2%), 포르투갈(1.19%), 스페인(0.96%) 등도 1%에 육박하거나 이를 웃돈다. 한국보다 하위인 나라는 일본(0.21%), 체코(0.19%), 네덜란드(0.16%), 터키(0.15%), 멕시코(0.07%) 등 5개국뿐이다.



전체 복권 판매액을 인구수로 나눈 국민 1인당 평균 복권 구매액도 한국은 하위권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복권 구매액은 2015년 기준 59달러로 30개국 중 아래에서 5위에 머물렀다. 1위인 노르웨이는 이 금액이 359달러에 달했고, 그리스·이탈리아(352달러) 등도 한국의 여섯 배에 육박했다.

다만 복권 총 판매액 자체는 30억 4900만 달러로 30개국 중 11위였다. 절대 판매액은 적지 않지만, 경제 규모나 국민 소득보다는 복권을 덜 산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복권 판매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로또의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판매를 허용하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내 복권 판매액은 2012년 3조 1854억원에서 2014년 3조 2827억원, 2015년 3조 5551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조 8925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기재부는 잠정 집계하고 있다.

◇로또 인터넷 판매, 아직은 산넘어 산

로또 인터넷 상품을 출시하려면 최종적으로 기재부 복권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복권위(총 21명)는 기재부 2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정부위원 9명과 교수·회계사·언론인 등 민간위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안건이 통과하려면 재적 위원 과반수 참석과 참석위원 과반수 찬성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여지가 있다. 사행 심리를 부추기고 기존 로또 판매점이 매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우선 계약을 맺는 로또 판매점은 작년 9월 6822곳에서 올해 7562곳으로 늘어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권과 유사한 ‘스포츠토토’의 경우 전체 판매량 중 인터넷 판매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하다”며 “인터넷 로또 상품도 기존 오프라인 판매 수요를 잠식하기보다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저소득층의 복권 구매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 복권위 조사를 보면 지난해 월평균 소득 199만원 이하 가구의 복권 구매 비율이 10.2%로 1년 전(5.9%)보다 4.3%포인트 급등했다. 작년 1~11월 사이 복권을 산 적 있는 10명 중 1명은 최하위 저소득층으로, 1년 새 이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복권 1000원을 팔면 400원을 복권기금으로 조성해 이 기금의 65%를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사업에 쓴다. 저소득층의 복권 구매가 증가한다는 것은 소득 재분배 효과라는 정부 복권 판매의 주요 ‘명분’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기재부 관계자는 “월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인 중·고소득층의 복권 구매 비율이 여전히 전체의 76%가량을 차지한다”며 “저소득층 구매 비율이 최근 높아졌다고 해서 복권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