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6.12.08 10:13:46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2016년 부동산 시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과잉 우려 등으로 연초 숨 고르기 장세로 시작했다. 그러나 일반분양에 나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연이어 청약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규 분양 단지들의 고분양가 경쟁이 인근 재건축 단지는 물론 일반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며 서울은 2015년 상승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주택공급 축소와 중도금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았고 11월에는 청약자격 및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추가 규제책을 발표했다. 한편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에다 조선·해운업계 불황까지 겹치면서 하향세를 나타내 지역별로 확연한 온도 차를 보였다.
부동산114는 8일 2016년 부동산 시장을 달군 10대 이슈를 정리해 발표했다.
2월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비거치식·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에 들어갔다. 대출자가 빚을 갚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지 깐깐히 따지고 집을 사기 위해 새로 대출을 받을 때는 처음부터 원금까지 나눠 갚는 방식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다. 특히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돼 지방도 사실상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됐다.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그동안 없었던 대출규제가 생기면서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던 반면 수도권은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인 데다 분양시장 호조세로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또 집단대출이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되면서 재고주택과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변호사가 ‘부동산’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홈페이지를 만들어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공인중개사와의 업역 다툼 논란을 일으켰다. 중개업계는 공인중개사 고유 영역을 변호사가 침범한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3월 국토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개인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부동산’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공인중개사법 위법 소지가 많다는 판단을 내리며 공인중개 업계의 손을 들어줬으나 11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업무를 둘러싸고 향후에도 공인중개사와 변호사 간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다.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됐던 지방 주택시장에서 가격하락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2~3년간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입주물량이 쌓이면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대구는 2015년 청약 광풍이 불면서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2016년 들어서는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대구 외에 경북, 충남, 충북, 경남 등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지역 경제에서 조선·해운업 비중이 큰 경남 거제·통영·울산 동구 일대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이들 지역은 조선·해운업이 호황이던 시절 ‘아파트 분양 불패’를 자랑하던 곳. 하지만 조선·해운 경기가 꺾이면서 투자 수요가 줄어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였고 거제의 경우 미분양 물량도 많이 증가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2016년 7월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 수는 총 1002만 6250명으로 2009년 5월 첫 판매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1순위 가입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청약경쟁률은 치열해졌다. 실제로 2016년 1~10월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14.71대 1로 인터넷 청약 의무화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시중 유동자금이 강남 재건축 시장과 신규 분양시장에 몰리면서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값이 사상 처음으로 3.3㎡당 4000만원을 돌파했다. 강남 3구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10월에 3.3㎡당 4012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6년 3635만원에 비해 377만원 더 높은 것이다. 분양시장에서는 1월에 분양한 신반포자이 분양가는 3.3㎡당 4457만원에 책정돼 주상복합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세웠다.
정부는 6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인당 HUG 중도금 대출보증 건수를 종전 무제한에서 2건으로 제한했고 1인당 보증 한도도 수도권·광역시는 6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제한했다. 특히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은 중도금 대출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지난 8월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주택분양보증 신청 건에 대해 분양가가 비싸다며 이례적으로 분양 보증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최초 분양가는 3.3㎡당 평균 4457만원에 책정됐으나 최종적으로 분양가를 3.3㎡당 4137만원으로 낮춰 일반분양을 진행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에 필요한 주민 동의 요건이 동(棟)별로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됐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전체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과 동별 구분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했는데 이 가운데 동별 동의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리모델링 사업의 핵심 쟁점이었던 ‘가구 간 내력벽(건물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벽) 철거 허용 방침’을 정부가 3년간 유보하기로 하면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지는 못했다.
2016년 2분기 말 가계부채가 1257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주택 공급축소 방침이 주목받으면서 강남 등 인기 지역 몸값이 높아지는 등 이상 현상을 보여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열된 분양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등 분양 과열 지역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을 1년 연장하거나 소유권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밖에 1순위 청약 강화, 계약금 요건 분양가격 상향 조정(기존 5%→10%), 2주택 이상 소유자 청약 대상 제외, 재당첨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청약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단기 전매차익 목적의 가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