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송민순 회고록에 공수 바뀐 與野..진실공방 비화되나

by김영환 기자
2016.10.16 16:31:25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우병우 수석 논란과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비선실세 개입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여당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근거로 반격에 나섰다. 참여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 의사를 결정하기 앞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고 이 과정에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깊게 관여했다는 내용에 대해 여권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면서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14일 송 전 장관의 이른바 ‘회고록 폭로’가 알려지면서 여권은 주말 내내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6일에도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을 중지하라는 결의안을 만드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서실장, 국가정보원장과 관계 장관들이 찬·반을 북한당국에 물어 반대하니 기권했다는 기가 막힌 소식을 접했다”며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서 이러한 사람들이 다시는 이 정부에서 일할 수 없도록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앞서 15일에도 “사실상 북한의 인권 탄압에 동조하며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행위를 ‘이적행위’로까지 규정한 셈이다. 이 대표는 당 차원의 TF팀을 가동하고 대통령기록물 열람 등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에 집중된 야권의 공세를 비켜가고 여론의 반전을 노리기 위해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일 수 있는 안보 프레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더민주는 주말 새 우상호 원내대표와 김경수 의원 등이 기자간담회를 자처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지난 15일 열렸던 정청래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려했던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 불참하면서 사태를 관망했다. 그러나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자 당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이다.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이 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민성장론으로 발빠른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는 문 전 대표로서는 이념논쟁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민주는 송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5일 문 전 대표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기권을 결정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배워야 한다고 두루뭉술한 역공을 편 것에서 한 발짝 나아간 것이다.

문 전 대표의 공보 역할을 하고 있는 김경수 의원은 “유엔 인권결의안에 대한 기권이 (2007년 11월) 16일 회의에서 결정되고 그 이후는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반발하니까 송 전 장관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라며 “18일 이후에 북한에 통보가 됐다. (당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대화가 활발해 이런 이슈는 사전에 알려주기도 하는 통상적인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우 원내대표 역시 “사실 관계 확인도 안 하고 공세부터 펴는 건 성급했다”며 “여러군데 알아본 바로는 기권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다수여서 다수 의견이 따라 기권이 결정됐다. 문 전 대표는 찬성 의견을 피력했고 그 이후에 북한의 입장을 듣냐 안 듣냐 문제는 문 전 대표가 관여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더민주의 해명대로라면 이 사안이 진실공방으로 비화될 공산이 높다. 박맹우 새누리당 진상규명 TF팀장은 “낱낱이 진상을 조사해서 알릴 것”이라며 “판단은 국민이 하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기록물 열람 조치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될 여지도 있다. 더민주에서는 당 차원의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