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화 상승에 印수출 `신음`…위기 맞은 모디노믹스

by이정훈 기자
2015.04.27 11:42:20

루피화, 1년새 6개국 통화대비 11% 상승..수출 추락중
`메이크 인 인도` 정책 휘청..환율전쟁 동참도 어려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인도 북부 루드히아나에서 중소 의류 수출업체를 운영하는 아지트 라카 대표는 요새 출근하기 전 집에서 매일 “(인도) 루피화가 약해지고 유로화가 다시 강해져서 해외 수출이 잘 되도록 도와달라”며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라카 대표는 “아마 내 기도가 신에게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며 “불과 1년전만 해도 프랑스에 옷을 수출하면 1유로당 80루피는 벌 수 있었는데, 이제 똑같이 1유로 어치를 팔아도 인도로 가져와 환전하면 67~68루피 밖에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수 천 곳에 이르는 인도 의류와 가죽, 수공예품, 보석류 수출업체들은 루피화 가치가 다시 떨어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최근 12개월간 주요 교역국 6개 통화대비 11%나 절상됐다. 이 때문에 이미 올들어 인도 수출 실적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 이후 최악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취약한 대외 수요를 상쇄하기 위해 의회가 예산안을 승인하기도 전에 인프라 스트럭쳐(사회기반시설) 투자를 늘릴 계획이지만, 재정 여력상 중국과 같은 무지막지한 부양책은 쓰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인도 정부는 인도 중앙은행(RBI)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인도 통상담당 관료는 “루피화가 다시 평가절하로 가지 않는다면 인도 경제가 또 한번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함께 인도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하락을 위한 조치를 취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2조달러 규모의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수준이다. 그러나 상품 수출은 최근 넉 달 연속으로 줄었고 특히 지난 3월에는 전년동월대비 21%나 급감해 200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유가 하락으로 수입 부담이 줄어들긴 했지만, 주요 수출품목인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은 이로 인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특히 유로화 약세와 루피화 강세로 인해 유로존으로의 수출규모는 최근 11개월간 2%나 줄었다. 유로존 수출은 전체 인도 수출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유로존에 대부분 수출하는 의류 및 직물의 경우 지난해 1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뒤 올 회계연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렇다보니 `인도에서 만들자(Make in India)`라는 구호로 중국을 앞질러 인도를 전세계의 제조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계획도 첫 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인도를 제조업 허브로 만들어 앞으로 4년내에 9000억달러까지 수출을 두 배 늘리겠다는 계획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가우라브 포다 림텍스 인디아 이사는 지난해 러시아 루블화 추락을 언급하며 “인도는 이미 일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며 “루블화 약세와 우리 루피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옛 소련 연방과 중동 지역에서는 우리 수출을 대부분 러시아 기업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도 수출업체연맹(FIEO)을 이끄는 S.C랄한 대표는 “인도 수출업체들은 강력한 보살핌과 즉각적인 지원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인도 중앙은행이 시장 개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2월중 인도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200억달러 어치 미 달러화를 매입하는 개입에 나섰지만,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

또한 소날 바르마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이제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글로벌 환율전쟁에 동참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지만 그럴 경우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