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사업, 시작에서 ‘청산절차 돌입’까지…

by양희동 기자
2013.04.05 18:03:38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단군 이래 최대 역사라 불린 31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용산개발사업)이 최대 주주인 코레일의 사업 추진 중단 선언으로 청산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지금까지 사업에 들어간 1조원 가량의 투자금도 허공에 날리게 된다.

용산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 이사회는 5일 코레일의 사업 정상화 방안을 상정했지만, 삼성물산과 삼성SDS,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 출자사의 반대로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이로써 2006년 8월 용산개발사업 계획이 확정된 이후 7년 만에 사업이 백지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시작 7년만에 무산 위기에 놓인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 부지 전경. 제공:드림허브

용산개발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3가 일대에 사업비 31조원을 투입해 국제업무·상업·문화·주거시설을 짓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사업을 통해 67조원 규모의 생산 유발효과와 36만명 수준의 고용창출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돼 왔다. 2016년 말 복합개발이 마무리되면 하루 동안 38만명의 유동인구 덕분에 국내 최대 상권 형성이 예상됐던 사업이다. 용산에는 일본 도쿄에 있는 복합문화단지인 ‘록본기 힐즈’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 시작 1년만인 2007년 8월 오세훈 전 시장의 주도로 서울시가 코레일의 철도정비창부지에 서부이촌동지역을 통합 개발키로 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는 개발계획 설립 과정에서 서부이촌동 주민들과 별다른 협의 없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2007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활황기가 통합 개발 결정의 계기였지만 다음해인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용산개발사업은 추진력을 잃어갔다. 사업 초기 빌딩 구매 의사를 밝혔던 해외기업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고,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보상 문제까지 겹쳐 사업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사업 주도권 싸움도 한층 격화됐다. 작년 9월 코레일이 긴급 이사회 개최를 요구해 롯데관광개발 지분 회수를 추진했고, 결국 올 2월 용산개발사업 경영권은 코레일에 넘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만기였던 2000억원 규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의 만기 연장을 위한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사업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코레일은 디폴트 상태에서 3월 15일 긴급 자금 2600억원 지원 및 출자사들의 기득권 양보 등을 골자로 한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용산역세권개발㈜ 역시 4월 21일로 예정된 개발구역 자동해체를 막기 위해 서울시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에 대한 실시계획인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일부 출자사들은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에 끝내 동의하지 않았고, 국토교통부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코레일 안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출자사들은 민간 주도의 정상화 안을 코레일측에 다시 제안하겠다고 밝혔지만, 코레일은 오는 8일부터 적법청산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한 상태다.

코레일은 8일 이사회를 열어 용산개발사업 협약 해제 및 토지매매계약 해제 결의하고, 9일 토지반환금 일부를 입금할 예정이다. 코레일의 계획대로라면 이달말 사업 청산 절차는 모두 끝나게 된다.

반면 민간출자사들은 토지매매계약이 오는 6월7일이기 때문에 코레일이 그 전에 토지반환금을 반환해도 청산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6월까지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 사업정상화를 위해 대안을 만들어 코레일에 제안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용산사업 디폴트의 원인인 2500억원을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코레일 측에 랜드마크빌딩 보증금을 받아 사업을 정상화할 방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자금조달 계획을 새로 만드는 것만 가지고는 안된다”며 “실제로 투자가 실행돼야 하는데, 자금조달 계획이 아닌 자금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