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마켓서 쓰면 세계도 쓴다

by민재용 기자
2010.12.14 14:14:46

이머징 마켓서 개발된 상품 서구유럽으로 `전파`
`혁신의 역류 현상`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미국이나 유럽에선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은 통상 커피 전문점을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조만간 커피 판매원이 이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커피를 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머징 마켓이 세계 소비 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커피 판매 업체 네스카페가 스리랑카에선 최초로 무빙카트를 이용해 거리를 움직이며 커피를 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각) 이머징 마켓이 세계 중요 시장이 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이 지역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각종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이렇게 개발된 상품들이 서구에서도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머징 마켓의 소비 트렌드가 세계 소비 시장의 방향을 주도하고 있다.

예를들어 금융위기 후 네슬레가 유럽 등지서 판매하기 시작한 `스몰 팩(커피 등 분량을 줄인 상품)` 상품은 기존에 나이지리아와 페루 등지서 이미 판매되던 것이다. 가격에 민감한 이머징 마켓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춰 네슬레사가 개발한 `미니 사이즈` 상품이 유럽에 바로 적용된 사례다.



기존 이머징 마켓의 상품이 복합·진화돼 서구에서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인이 주로 즐기는 인삼과 일본인이 마시는 녹차를 한번에 마실 수 있게 1회용 팩으로 혼합한 상품이 현재 서구에서 판매되는 것이 그런 예다.

건강 식품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을 타깃으로 개발된 네스카페의 `웰니스` 상품은 현재 `그린블렌드` 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머징 마켓은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거주하는 거대 시장이다. 오는 2020년이면 세계 인구의 4분의 3 이상이 이곳에 거주할 전망이다. FT는 이러한 이머징 마켓의 시장 규모와 그 중요성을 감안할 때 세계 소비 시장의 트렌드가 이곳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니레버와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점차 연구 개발 센터를 중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 이전하거나 새로 건립하고 있다.

해리쉬 유니레버 아시아·아프리카 담당 사장은 이러한 현상을 `혁신의 역류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과거 산업혁명 이후 발명된 첨단 문물이 서구에서 동양과 제 3세계로 흘러들어갔다면 이제는 그러한 흐름이 동양과 제 3세계에서 미국과 서구로 거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리쉬 사장은 "아시아의 소비 파워는 조만간 북미 지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