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행세' 지적하며 폭행…피고인, 항소심서 살인죄 ‘무죄’
by채나연 기자
2025.12.04 07:34:54
폭행 10개월 뒤 피해자 사망
살인 고의성은 인정 안 돼
상해치사죄만 유죄 판단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별다른 친분이 없는 지인이 ‘선배 행세를 한다’며 무차별 폭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리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살인에 관한 미필적 고의’는 없었다는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에 관한 고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피해자의 사망 결과에 책임이 있다며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해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내렸다.
|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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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47)의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새벽 춘천의 한 주점 인근에서 별다른 친분이 없던 B씨(55)가 선배 행세를 한다는 이유로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목격자들이 제지했음에도 A씨는 B씨의 얼굴을 밟거나 걷어차는 등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중상을 입고 10개월간 치료를 받아왔으나 지난 10월 결국 사망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일관되게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한 점, B씨와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고 중상해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항소심 진행 중 사망하자 검찰은 공소사실을 살인 혐의로 변경했으며, 유죄 인정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도 중상해에서 상해치사로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 고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폭행의 동기와 경위, 피해자가 10개월 뒤 사망에 이른 과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원심 선고형량의 2배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반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얼굴과 머리를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 유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금전적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없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