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兆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뛰어든 대기업들…곳간 상황은?

by박종오 기자
2021.03.19 11:02:24

이베이코리아 매각가, 인수회사 시가총액보다 높아
인수후보들 곳간 탄탄…제시가격이 '관건'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기업들이 자기네 시가총액보다 비싼 회사를 사겠다는 거네요”.

한 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얘기다. 국내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시장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사전 입찰을 거치며 인수 후보의 윤곽은 드러났다. 이제 본격적인 회사 실사와 가격 산정에 들어갈 차례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 입찰에 뛰어든 것은 롯데그룹(롯데지주(004990), 롯데쇼핑(023530)), 신세계그룹(이마트(139480)), SK텔레콤(017670),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등이다. 모두 자체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온라인 사업 강화를 원하는 곳이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가 입찰 적격자(쇼트 리스트)를 추리면 실사를 거쳐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관심사는 각 인수 후보의 자금 조달 여력이다. 이베이코리아의 예상 매각 가격이 5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수전에 참여한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시가총액보다도 큰 금액이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롯데쇼핑의 시총은 3조 6492억원, 이마트는 4조 9061억원이다.

통상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할 때 자기 자금만 쓰진 않는다. 회사채 발행 등으로 직접 부족한 돈을 조달하거나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FI), 금융기관 대출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2018년 ADT캡스 지분 100%를 약 3조원에 인수하며 맥쿼리를 투자자로 유치하고 인수금액의 60%가량을 대출(인수금융)로 조달했다.

문제는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보통의 M&A보다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몸값이 워낙 높게 책정돼서다. 일반적으로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는 매각되는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미래 수익성과 자산가치 등을 평가해 돈을 빌려준다. 이베이코리아의 예상 매각 가격 5조원은 작년 영업이익(850억원)의 59배에 이른다. 대출금을 넉넉하게 끌어쓰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금액 5조원의 최대 40%(2조원)를 외부 인수금융으로 조달한다고 가정해보자. 인수자는 나머지 3조원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인수 후보들의 실탄은 과연 충분할까? 각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대체로 그런 편이다.

롯데그룹 내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행 예금, 만기 3개월 이내 투자 자산 포함), 만기 1년 이내인 단기 금융 상품은 작년 말 현재 3조 8755억원에 이른다. SK텔레콤도 가용 자금이 2조 7967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이 연간 5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5세대 이동 통신(5G) 투자와 배당 등을 고려해도 워낙 재무 상태가 우수해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최대 주주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투자자로부터 모든 투자금 중 아직 집행하지 못한 미소진 자금(드라이 파우더)은 현재 60억 달러(6조 7500억원)에 이른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위기 이후 2년간 큰 수익을 얻은 기회가 온다”며 “지금은 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적정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인수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자금 여력이 다른 후보군보다는 상대적으로 낮다. 한 재무 전문가는 “시가총액 5조원이 안 되는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엔 단가가 너무 비싸다”면서 “이베이코리아를 이마트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부담이 큰 만큼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FI)를 끼고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예비 입찰 참여 기업 모두 현금이 많은 대기업이어서 자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베이 입장에서는 결국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누가 더 적극적으로 비딩(입찰)하느냐가 인수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