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로 본 증권가 화두…'녹록지 않지만 위기를 기회로'

by권소현 기자
2015.01.02 13:55:38

차별화만이 살 길..창의성·혁신 주문
고객 수익률 극대화가 최우선..자산관리에 역량 집중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풍신연등(風迅鳶騰, 바람이 거셀수록 연은 더 높게 난다) 승거단목(繩鋸斷木, 노끈줄 톱이 나무를 자른다) 마부작침(磨斧作鍼,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흰 바탕이 우선이다)

올해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에는 유독 어려운 환경을 꿋꿋하게 헤쳐나가자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가 눈에 띄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거래부진, 수수료 과당 경쟁 등으로 증권업계는 지난해 힘든 한해를 보냈다. 코스피지수가 마이너스로 작년 한해를 마감한데 이어 연초부터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유로존 불안감이 고개를 드는 등 올해 증시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증권업계 CEO들은 차별화를 통해 이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위기를 기회로..‘차별화’로 승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별화와 창의성, 혁신 등의 화두를 제시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변화된 환경, 변화된 고객 니즈에 대응한 창조적이고 차별화 된 솔루션의 제시 없이는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경쟁자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절회의 기회이자 골든타임이라는게 윤 사장 설명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역시 “국내 증권업은 시장 침체는 물론 지속된 과당경쟁으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라며 ”유례없는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뛰어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혁신적인 조직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직원이 점, 선, 면을 만들고 다양한 면이 생겨나 그 면을 연결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며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 관례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이별하고 임직원에 대한 교육 투자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화된 부분에 더욱 매진

기존 특화돼 있던 부분의 역량을 더욱 키워서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유안타증권이 대표적이다. 중국 후강퉁 실시로 중국 자본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신년사에서 강조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이사는 “범중화권 인프라가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줄 기반이 되는 강력한 무기”라며 “우리의 최대 강점인 리테일을 중심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슬기롭게 활용해 수익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원식 이트레이드증권 사장은 ”온라인 사업으로 출발한 특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만큼 이 전문성을 지금보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회장은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은 미래에셋이 갖고 있는 차별화한 경쟁력의 일부”라며 “보험과 연금, 신탁, 퇴직연금 등 경쟁력 있는 핵심 상품은 고객의 자산을 지키고 삶의 질을 유지토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 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우선’..자산관리에 집중

증권사 CEO들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영역으로 자산관리를 꼽았다. 기존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얻는 방식에서 탈피하고, 고객의 자산을 늘리는 데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 이는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윤 삼성증권 사장은 “고객 수익률 중심의 경영체제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고객 수익률을 통해 승부하고 고객의 신뢰 회복을 통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를 아예 리테일 영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유 사장은 “영업직원들의 영업방식과 자세에는 고객수익률 우선의 정도 영업을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이 깔려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형태의 자산관리영업을 정착시켜 앞으로 리테일의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단행된 KB금융그룹 인사로 취임하자마자 신년사를 낸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역시 WM(자산관리) 사업부문의 흑자 기조를 공고화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온라인, 특히 모바일에서의 시스템 및 영업경쟁력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증권-은행 복합점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WM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부문에서의 수익기반 또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새 먹거리 찾아라

임직원에게 미래의 캐시카우를 찾는 데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새로 열리는 시장을 선점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과의 합병으로 자기자본 기준 독보적인 1위 증권사로 거듭난 NH투자증권의 김원규 사장은 “작년부터 준비중인 헤지펀드 운용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고객에게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며 “ETN과 VKOSPI 등 신규 파생상품 시장과 후강퉁 등 해외 주식투자처럼 기존 먹거리를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삼성증권 사장 역시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인수금융, ETN 등 신규사업은 선제적인 공략을 통해 시장을 초기에 선점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로 키워 나가야 한다”며 신시장에 주목했다.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신탁, 연금, 장외파생, 자산관리, 대차, 프라임브로커 비즈니스의 토대를 마련하고 다질 것”이라며 “금융산업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핀테크 사업의 기회 역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