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퇴출 저축銀 추가 인수 관심없다"

by이현정 기자
2012.05.07 14:58:24

인수한지 얼마나 됐다고..경영정상화 `우선`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대형저축은행들이 무더기 영업정지 된 가운데 5대 금융지주사 모두 저축은행 추가 인수·합병(M&A)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새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기존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아직 영업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번처럼 금융당국의 협조에 응할 여력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저축은행 매각 절차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45일 가량 정상화 기간을 거쳐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을 통해 제3자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손꼽히고 있지만 이들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외환은행 인수후 조직을 추스리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을 또 인수할 때가 아니다"라며 "하나저축은행(제일2+에이스저축은행)도 아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해 특정 은행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이팔성 우리금융지주(053000) 회장도 우리금융이 매각 절차에 들어가면서 입장을 선회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 자금 등 여력에는 문제가 없고 저축은행을 좀 키우려는 생각도 변함없지만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당장 인수하지는 못한다"며 "민영화 절차가 시작되면서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M&A에 함부로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저축은행 구조조정 당시 제일저축은행을 사들였던 KB금융(105560)지주도 현재 ING생명 인수전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영록 KB금융 사장은 지난 주말 아시아개발은행(ADB) 연례총회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에는 시장의 큰 형님으로서 저축은행을 인수했지만 저축은행의 수익모델이 지금 굉장히 제한돼 있다"며 "저축은행의 인수보다 우리는 이제 내실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은 저축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고수익을 올려 예대마진을 맞췄지만 지금은 PF가 거의 시장성이 없어졌고, 저축은행의 규모를 이전처럼키우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상황이 가장 여유로운 신한금융지주(055550) 또한 지난번 인수한 저축은행의 정상화가 어느정도 이뤄져야만 추가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고위관계자는 "신한저축은행이 자리도 못잡은 상황에서 추가 인수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현재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영업정지 조치한 7개 저축은행에 대한 매각에 들어가면서 각 금융지주사들에게 협조를 요청, KB금융은 제일저축은행을, 우리금융지주는 삼화저축은행을, 신한금융지주는 토마토저축은행, 하나금융지주는 제일2.에이스저축은행을 각각 사들인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