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용무 기자
2008.06.26 15:58:20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국내 백화점업계 3위 신세계백화점이 요즘 들떠 있습니다. 이유인즉, 매출 신장율이 올 들어 경쟁업체인 롯데·현대에 비해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비교대상이 된 롯데와 현대는 신세계의 움직임에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왜 일까요. 산업부 유용무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신세계(004170)백화점은 국내 백화점의 `원조(元祖)`입니다. 현재 신세계 본점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미쓰코시 백화점`의 후신이니 틀린 말은 아닌거죠. 하지만 그간 원조 백화점다운 면모를 보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전국에 1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와 비교해선 더 그렇습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업계의 `지존`으로 불리지만,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업계에서 그런 수식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이마트의 기세에 번번히 밀려왔죠. 그렇다보니 자존심에도 적지 않은 응어리로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신세계백화점이 올 들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실제로 올 1분기 매출 신장율만을 놓고 본다면 틀린 얘기는 아닌 듯 합니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과 현대백화점(069960)의 올 1분기 매출 신장율이 7~8%대에 그친 반면, 신세계는 3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 수(11.7%, 죽전점 포함시 22.8%) 신장세를 나타냈기 때문이죠. 이런 결과는 올 봄 정기세일때도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신세계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확실히 영업을 잘했기 때문일까요.
신세계 측은 차별화된 상품과 문화 마케팅, 고품질 서비스 등이 매출 증대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물론 일리 있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죠. 무언가 함정이 숨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우선 `기저효과(base effect)에 따른 착시현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비교 기준이 되는 시점에 비해 매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일뿐, 실제로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는 거죠.
신세계보다 신장율이 뒤쳐지는 롯데의 경우 기존 매출 볼륨이 워낙 크다보니 신장율이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보일 뿐이지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세계가 올해 경쟁사들보다 잘했다기보다는 기준이 된 지난해, 장사를 신통치 않게 했다는 얘기인 셈이죠.
또 다른 비법(?)은 `매장 대형화`에 있다고 말합니다. 백화점 매장이 상대적으로 크다보니 자연히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죠.
신세계는 백화점 `빅3` 중 매장 수가 가장 적지만, 매장 면적만큼은 가장 넓은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매장은 리모델링과 증축 등을 통해 매장을 넓혀 7개 매장의 평균 면적이 1만3000평에 이를 정도입니다. 롯데와 현대가 1만평대인 것과 비교하면 꽤 넓은 편이죠.
하지만 그에 비해 평당 매출은 썩 신통치가 않습니다. 그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얘기죠. 바꿔 생각하면 신세계 입장에선 적잖은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해 문을 연 죽전점 경우 전체 매장 면적은 경쟁사인 롯데 분당점에 배 이상 크지만, 매장 효율면에선 크게 떨어집니다. 신세계 본점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무턱대고 매장을 넓히는 게 능사가 아닌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