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21.10.15 13:22:44
[2021국감]국회 기재위 국정감사
'가계부채·금리 인상·스태그플레이션' 3대 쟁점 논란
"청년층 부채 급증, 매우 위험하다고 인식"
"11월 금리 인상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아니지만…"회복세 주춤한 상황에서 물가 올라"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의지가 강하니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결과가 그렇지 못했고 청와대 대변인까지 사과하는 것을 보면 정책 의지만 갖고 하는 것은 안 되겠구나 싶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그로 인해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잡기 위해선 주택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경제주체들 사이에 차입에 의한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는 대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한은 오전 국감에선 부동산 가격 상승·가계부채 급증 및 대출규제, 기준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 총재는 최근의 대출총량 규제의 부작용이 있다고 인식했고 11월엔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회복세가 주춤해지고 물가가 오르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은 국정감사에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대출 규제에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이에 따른 한은의 책임론도 부각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7월 이 총재는 정부 의지가 굉장히 강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후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개월간 22% 올랐다”며 “가계대출 문제의 주된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벼락거지를 쏟아낸 집값 폭등, 부동산 정책에 쓴 소리 한 번 하지 않은 한은도 책임이 크다”며 “20년간 여야 할 것 없이 한은의 독립성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는데 정부와 비슷한 소리를 하라고 독립성을 지킨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집값 폭등이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한은의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추 의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당시엔 정부 의지가 강해 부동산 가격에 왜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정책 의지만 갖고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따가운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칼을 뽑아들면서 전세보증금, 중도금 대출 등 실수요까지 막아버린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같은 당 서일준 의원은 전일 대전 신협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새벽부터 20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불가피성은 동의하지만 총량 규제에 따른 문제가 있다”며 “금융위원회도 잘 알고 있을 것 같고 한은도 금융위와 협의채널이 있으니 건의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층의 가계대출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중에서도 청년층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저금리에 위험 수익 추구행위에 동조화하면서 주택구입자금, 주식 투자가 같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10월 동결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10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었는데 굳이 11월에 올리겠다고 한 이유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10월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2명 나왔고 10월에 올렸어도 논거는 충분했다”면서도 “시장 불확실성이 높았고 시장의 금리 정책 기대 등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동결하게 됐다”고 밝혔다. 10월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 금리를 인상했다간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게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11월에는 특별히 경제에 큰 위험이 없는 한 금리 인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며 “100% 올린다고 단언하기는 그렇지만 경기 흐름상 11월에는 금리를 인상해도 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를 올린다고 바로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론 보지 않았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이 한 번이 아니고 연속적으로 이뤄지면 정책 시차를 통상 2분기에서 4분기까지 보기 때문에 당장의 어떤 효과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의원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을 지지했으나 일부는 섣부른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경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통화정책에서 물가안정을 1순위로 두고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그 다음이고 세 번째가 금융안정인데 지금의 금리 인상은 금융안정에만 무게를 두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웨덴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011년 금리를 섣불리 인상해 경기침체로 간 사례를 언급하며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삶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와 관련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1970년대 석유파동처럼 최근의 물가상승이 공급측면에서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요가 확대된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식, 원화, 채권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선 “미 테이퍼링, 인플레이션 등 여러 변수에 의한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물가가 오르고 중국 금융불안이 촉발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금융시장이 불안한 요인 중 하나로 스태그플레이션 성격의 경기 둔화, 물가상승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