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소프트 패치'로 전환.."자산거품이 복병될 소지"

by최정희 기자
2021.08.04 10:39:32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하반기 경제 상승폭 미진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신흥국 부진·물가상승·노동공급 감소·한계기업 부실화 등 구조적 요인도 산재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글로벌 경기가 소프트 패치(soft patch)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에 경기정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나 경기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하반기 경제 회복세가 약할 경우 자산가격 거품과 맞물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최근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 둔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지난 몇 주간 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성장 둔화 위험으로 전환됐다”며 “고물가와 변이 확산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공존하기 때문에 각국 정책당국들도 긴축과 부양 중 어느 정책을 취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델타 확산 등에 따른 경기 하방리스크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 확장 속에 일시적인 소폭 둔화’라는 측면에서 2002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2018~2019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언급했던 소프트 패치와 유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소프트 패치는 경기 확장 과정에서 글로벌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연율 전분기비 2% 내외까지 둔화하는 현상으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는 더블딥 후반부화는 차별화된다. 두 총재가 소프트패치를 언급했던 시기에 글로벌 성장률은 2.1~2.5%를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올 하반기 거시경제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게 미진할 경우다. 자산가격이 고평가된 상황이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화 강세 심화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여력이 소진된 선진국에선 경제·금융시장 불안 등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잠재한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선 높은 저축이 소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있지만 변이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심리 위축으로 저축을 부채 상환이 사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경기 불안을 키울 요인은 무엇일까. 보고서는 △신흥국 부진 △물가상승→수요 둔화 △노동공급의 구조적 제약 △한계기업 부실화 등을 단기에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으로 꼽았다.

변이가 확산하면 선진국은 백신 효과로 경제활동 제약이 적은 편이지만 신흥국은 백신 부족에 변이 감염 확산, 사망자 증가 등으로 이어져 경제 활동을 위축하게 된다. 신흥국의 생산 중단은 중간재 공급 차질, 운임비용 증가로 이어져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 물가 상승은 가계 실질 소득 위축, 수요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가계는 노동시간 단축, 실업 등에 소득이 감소하고 가계대출 증가로 소비 자체가 기조적으로 억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40개국 가계부채는 작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61.2%를 차지했으나 4분기엔 70.5%로 급증했다.

팬데믹으로 간간이 일을 하던 베이비부머가 완전 은퇴로 전환돼 노동공급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노동인구가 460만명 감소했는데 이중 44.2%가 55세 이상 노동자였다. 반면 이들을 대체할 MZ세대는 부족하다. 정부 지원책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한계기업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은행들이 기업여신을 줄이거나 워크아웃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이하인 기업들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숙박업은 코로나19 이전 21%에서 올해 88%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성장세를 제약하는 일부 요인들은 일시적 영향에 그칠 수 있으나 단기에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