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증시 이게 궁금하다)③언제쯤 오를까?

by김국헌 기자
2008.04.16 14:32:38

추락 원인은 `유동성 아닌 펀더멘탈`…바닥론 이르다
기업실적 1분기 정점…2분기부터 美 영향 본격 반영
연말 펀더멘탈 확인후 반등 저울질…단기 저점은 3천선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중국 증시의 추락 속도는 지난해 상승 속도보다 더 빠르다.

3000선에서 6000선까지 올라가는데 7개월 소요한 중국 증시는 5개월만에 다시 3000선으로 내려섰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5일 3200선 붕괴 직전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치 6092.06보다 46% 추락한 상황이다.

중국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이 상하이 지수를 6000선까지 밀어올렸다면, 상하이 지수를 극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는 추동력은 펀더멘탈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증시 펀더멘탈이 확인될 때까지 중국 증시 바닥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5개월 사이에 벌어진 `작지만 놀라운` 변화다. 



중국 경제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무너진 상태다. `성장 지속`에 대한 확신을 깔고 유동성 문제만 고민하던 국면이 일순간에 변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상하이 종합지수는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의 추락 원인이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펀더멘탈 문제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 경제 전망과 기업 실적이 증시 반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틴 커리 투자운용의 후샤오동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경제 성장세와 기업 순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쌍둥이 우려가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며 "많은 불확실성이 있는 데 반해 반등에 불을 붙일 촉매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국제공상학원의 쉬샤오녠 교수는 "중국 증시의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이라며 "세계 증시와 비교할 때 중국 증시는 여전히 부푼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 주가지수가 주가이익비율(PER) 20배 수준에 거래되는 데 반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PER 40배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중국 증시의 펀더멘탈 수준은 어떤가. 지난 1분기까지 중국 경제는 여전히 과열 상태에 있고, 기업 실적도 1분기까지는 모멘텀을 이어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설문조사에서 1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2% 상승한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4분기 GDP 증가율 11.2%, 2월 CPI 상승률 8.7%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  

그렇지만 2분기 이후가 문제다.

BNP파리바의 도리스 천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의 실적 모멘텀이 지난 1분기까지만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천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에 중국 은행업종이 전년 대비 최저 25%(중국은행)에서 최고 143%(초상은행)까지 실적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 반면, 2분기에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이체방크의 마준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앞으로 한, 두 분기 동안 수출기업 성장 전망이 우려스럽다"며 "최근 인민은행 기업 설문조사에서 1분기 수출 수주가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올해 상하이 종합지수 추이. (출처: 로이터통신)



그렇다면 내리막길의 중국 증시는 언제쯤 하락을 멈추고 반등을 시작할까. 전문가들은 펀더멘탈에 기초,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경기후퇴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전까지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교통은행 산하 슈로더 펀드 운용의 정투오 펀드매니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 증시가 합리적인 수준에 근접하긴 했다"며 "다만 아직도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고 있어, 단기간 증시가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정 펀드매니저는 "현재 중국 은행주가 싼 것은 사실이지만,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인 경제 요인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는데 보통 반년이나 그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오리엔트 증권의 모광량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2분기 실적이나 심하면 올해 실적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증권가는 상하이 종합지수의 단기 저점을 3000선 부근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궈타이 쥐난 증권은 중국 증시 바닥을 2800선으로, 씨티그룹은 3000선으로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