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호주 오스탈 지분 매수…美 함정 시장 겨냥(종합)

by김은경 기자
2025.03.18 09:10:48

한화에어로·시스템 통해 호주법인 증자 참여
미 군함 직접 건조하는 오스탈 주요주주 올라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이어 글로벌 광폭 행보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한화가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조선·방위산업체인 오스탈 지분을 인수했다. 오스탈은 미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다. 한화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조선·방산 분야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는 지난 17일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지분 외에도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TRS는 신용파생상품으로 기초자산(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자산에 연동된 수익 손실만 수취하는 금융 계약이다.

오스탈 서호주 헨더슨 조선소 전경.(사진=오스탈 홈페이지)
한화는 이날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FIRB)에 오스탈에 대한 19.9% 지분 투자 관련 승인도 동시에 신청했다. 이번 투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호주 현지법인을 통해 진행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유상증자를 통해 호주 현지 자회사 ‘HAA No.1 PTY LTD’에 각각 2027억원, 642억원을 투입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한화오션을 통해 오스탈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당시 10억2000만호주달러(약 9300억원)에 오스탈 인수를 제안했지만 오스탈 경영진은 “한화가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현재 오스탈 시가총액은 13억9100만호주달러(약 1조2800억원)이며 1대 주주인 타타랑벤처스의 지분은 19.61%다.

한화의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해 “글로벌 방위산업과 조선산업의 호조 속에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호주뿐 아니라 나아가 미국까지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한국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 바 있다. 오스탈은 서호주 헨더슨과 미국 앨러바마주 모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필리핀, 베트남 등에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위한 선박법,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되는 등 한국을 포함한 동맹과의 조선 산업 기반 확대 정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오스탈은 미 해군의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14억2000만호주달러에 달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 소형 수상함, 군수지원함 시장점유율 40~6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알루미늄 중심 수주에서 최근 강철선 건조 체제로의 전환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한화의 글로벌 상선·함정 분야 건조능력과 미 국방부·해군과의 네트워크에 오스탈의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향후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고 한화 측은 기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사업 총괄 담당인 마이클 쿨터 사장은 “한화는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방위 및 조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략적 투자자로서 오스탈과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고 호주 현지 방위산업·해군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의 스마트 조선·방산 역량은 오스탈에 자본, 네트워크, 운영 및 기술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다”며 “특히 전 세계 조선·방산 산업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스탈과의 성공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오스탈 미국 모빌 조선소 전경(사진=오스탈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