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경유세 인상…정유업계 "실효성 없다" 반발

by남궁민관 기자
2017.05.09 14:43:46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 서울 방면에 노후경유차 단속 CCTV 기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오는 8월 예정된 제3차 에너지세제개편에서 경유 유류세 인상안이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경유에 붙이는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정치권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의 70~80%가 중국 등 국외 요인인데 경유세 인상을 통해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8월 휘발유, LPG(액화석유가스), 경유 등 수송용 에너지의 상대가격비를 조정하는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4개 부처는 지난해 7월부터 산하 연구기관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중에 있으며, 다음달 중 공청회 등을 거쳐 이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핵심 화두로 떠오른 것은 경유세 인상안이다. 지난해 일부 완성차 업체들의 배출가스 불법조작 파문으로 ‘더티 디젤’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경유차를 지목하고 나서면서 이번 개편에서 경유세를 올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비율은 100대 85대 50이다. 이 가운데 경유의 가격비율을 유류세 인상을 통해 95까지 올리자는 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내 경유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휘발유, 경유, LPG 등 자동차 연료 전체 소비량은 3억2280만배럴로 이 중 경유는 1억5637만배럴로 절반(46.9%)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각 정유업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정유업계는 환경부의 미세 먼지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올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환경부의 예산 배정 상태만봐도 노후 경유차 폐차를 위한 지원금으로 462억원만 편성돼 있다. 반면 친환경차 보급에는 3490억원(68%)이나 배정됐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1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발생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결과, 76%가 중국 등 해외요인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요인 24% 가운데 수송 영향은 10%에 불과해 사실상 경유차를 줄이면 미세먼지가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유차 가운데 미세먼지를 내뿜는 것은 노후한 대형 화물차인데, 이들은 경유세가 올라가는 만큼 국가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운행을 줄일 요인이 전혀 없다”며 “결국 경유세 인상에 영향을 받는 것은 미세먼지와 큰 연관성이 없는 일반인 운전자들과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라고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정유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정유업체들의 실적 악화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운송업이 경유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후속대책 없이 세금만 올릴 경우 경제활동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경유세를 올릴 경우 종전 경유 운송차량을 운영하던 이가 바로 차량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며 “차라리 노후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휘발유와 경유, LPG 등 주요 연료들의 생산구조 및 수출입 상황 등 종합적인 검토가 선행된 뒤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