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5.03.29 21:00:00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비서실장이 뭘 하고 누굴 만나고 이런 것들이 기삿거리가 됩니까. 자꾸 제 얘기가 (기사로) 나가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최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행보 하나하나가 언론의 관심을 받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리 없이’ 그림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비서인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다 보니 부담이 꽤 큰 듯 보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난달 27일 이 실장 취임 이후 청와대의 소통 행보는 ‘광폭’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실제 ‘불통 논란’에 휩싸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소통’ 행보를 꽤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과의 접촉을 늘린 게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과 17일 각각 5부 요인과 여야 대표를 불러 회동하며 ‘중동 순방’의 성과를 설명했다. 과거처럼 자칫 빈손으로 끝날 뻔한 여야 영수회담에서 ‘합의문’ 작성을 끌어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무역투자진흥회의 등 대통령 주재 행사를 앞두고 사전 브리핑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과거처럼 ‘일방향식’ 대(對)언론 소통을 확 줄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모든 것이 “이병기 효과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대통령이 수석들과의 만남을 늘린 것도 이 실장 작품이다. 자신을 통한 보고가 자칫 진위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석이 대면해야 대통령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도 가능해지는 만큼 업무추진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속내도 담겨 있다.
이 실장은 청와대 내 비서관급 이상 직원들과도 모두 오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 방은 항상 열려 있으니 말단 행정관이라도 할 얘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오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 실장은 기자들에게도 “내 전화기는 언제나 켜져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의 소통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 김기춘 실장과 대비되는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대통령에게는 ‘윗분’이라고 최고의 예를 갖추면서도 여당대표의 통화는 퇴짜를 놓는 모습 등을 보이며 김 실장은 ‘불통’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실장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의 대외 활동은 부쩍 늘었다. 이 실장을 앞세운 ‘소통’ 강화를 키워드로 국정 운영의 자신감을 되찾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