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제약사, 정책리스크로 사업계획 `난감`

by천승현 기자
2010.01.06 14:44:53

복제약 약가인하·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매출 예측 못해
녹십자·한독약품 등 부담 적은 일부만 확정

[이데일리 천승현기자] 국내제약사들이 올해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개시했음에도 대부분 업체들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를 포함한 강력한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이 예고되면서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들이 매출 목표 산정에 애를 먹고 있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개사 중 녹십자(006280), 한독약품(002390)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아직 정확한 올해 매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종플루백신의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는 녹십자와 상대적으로 제네릭 의존도가 낮은 한독약품은 일찌감치 구체적인 매출 목표를 발표했다. 녹십자와 한독약품은 각각 올해 매출 7900억원, 3500억원을 목표로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제네릭 의존도가 낮은 LG생명과학(068870)은 잠정적인 매출 목표를 세웠으며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따른 매출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부터 리베이트 근절 및 약제비 절감을 목표로 제네릭에 대해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말 `신의료기술등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을 입안예고하고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 추진을 공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장 먼저 약가 등재를 신청해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퍼스트제네릭 수를 5개로 제한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종전에는 같은 달에 약가를 신청하는 제네릭을 모두 퍼스트제네릭으로 간주, 최고가를 부여했지만 같은 달에 약가가 등재되는 제네릭 수가 5개가 넘으면 모두 최고가를 주지 않고 순차적으로 가격을 깎겠다는 의미다.



최근 60여개가 동시에 퍼스트제네릭으로 등재돼 최고가를 받은 울트라셋의 경우에 비춰보면, 앞으로는 경우에 따라 최고가보다 30% 정도 낮은 약가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목표로  `의약품 가격 및 유통선진화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의약품 약가제도의 전면 손질에 나서 또 다른 약가인하 정책이 예고된 상태다.

병·의원이 의약품의 보험상한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경우 차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의 실효성 논란으로 최종안 확정은 보류됐지만, 제네릭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하는 정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이 연이어 예고되자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약가인하 비율 만큼 고스란히 매출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의약품 약가 정책 변화에 따른 손실을 파악할 수 없어 올해 매출을 추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동아제약(000640), 한미약품(008930), 종근당(001630) 등 지난해 전년대비 두 자리수 매출 성장세가 유력한 대형제약사들마저도 매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의약품 약가인하 정책을 예측할 수 없어 세부 매출 목표를 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