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이랑 기자
2009.03.27 15:33:54
美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보도
현재 미국 상황, 대공황 당시 휘청이던 영국과 꼭 닮아
중국은 과거 미국처럼 세계 최대 채권국 부상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지난 1930년대 `대공황`을 통해 미국이 금융 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처럼, 금융위기는 중국을 이같은 위치로 격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잡지 포린 폴리시(FP)는 `중국이 제2의 미국일까?(Is China the New America?)`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내다봤다.
다만 중국은 대공황 시기에 미국이 세계 경제 구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처럼, 몸을 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서구권 금융회사 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상태여서 더욱 그렇다.
이 가운데 중국은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틈을 타 글로벌 경제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서구권에서 각국 정부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경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의 입지는 더욱 유리하게 됐다.
글로벌 경제 리더십과 관련해 지난 대공황은 현 금융위기의 거울이 되고 있다.
지난 19세기 영국이 주름 잡았던 국제 금융권력은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소진됐고, 대공황을 거치며 새로운 채권국으로 미국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대공황 당시 채무에 시달리던 영국을 꼭 닮아있고, 중국은 과거 미국처럼 세계 최대의 채권국으로 우뚝 섰다.
이 가운데 중국이 `21세기의 미국`이 된다면 1930년대 미국보다 더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중국이 기존 미국의 역할을 이어받는 방법에 따라 세계 경제는 후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 결과 새로운 경제질서도 수립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대공황 시기에 미국은 `세계 경제 구제`라는 부담을 회피했다. 유럽에 자금 지원을 늘리는 것은 돈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제적으로 유럽을 돕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거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단기간내 대가를 바라기 힘들었기 때문에 구제하기 힘들었다. 결국 유럽은 경제 위기가 촉발한 세계대전을 치러야했다.
중국도 기존 미국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 구제가 `불확실한 투자`라고 여기며 경계하고 이다. 이미 중국의 국부펀드는 미국 금융회사 투자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입은 상태다. 이를 경계해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은 중국이 보유한 미 자산을 보증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올해 성장세가 예상되는 극소수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좀더 국제적인 구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 미국 채권 최다 보유국으로 대변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지위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중국은 아직 IMF로의 기금 출연 여부를 확실히 밝히지 않았지만, IMF가 채권을 발행하면 매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이같은 상황을 통해 헤게모니를 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회담이 예고된 가운데,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전일(26일) "각국 정부는 중국의 과단성 있는 경기 부양책을 모방하는 데 실패했다"고 일침을 가하면서, 각국이 경기부양 규모를 확대하고 금융 감독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우 총재는 최근 달러화를 대신 할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등 G20 회담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노리고 있는 모습이다.
홍콩 소재 소시에떼제네랄(SG)의 글렉 맥과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대담한 자세로 `우리의 경기부양이 잘 수행되고 있으며, 가장 먼저 경제 회복을 달성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과거 어떤 회담에서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자세를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4조위안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등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 `경기부양 물결`은 미국에서도 일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에 서명했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금융권의 악성자산을 사들이기로했다.
미국의 이같은 변화는 엄청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분명 중국이 지난 20년에 걸쳐 보여줬던 것과 비슷한 국가 통제주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의미하는 중국의 경제 시스템인 `베이징 컨센서스`를 택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베이징 컨센서스`가 세계 경제질서 수립을 보장한다고 할 수 없으며, 중국이 지난 20세기에 미국이 보여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회를 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