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의 ''위험한 게임''.."헤지펀드 아냐?"

by양미영 기자
2009.02.16 15:23:11

폭스바겐 외에 다른 주식옵션 거래도 손 대..헤지펀드들 소송
폭스바겐 가치 하락 등 3가지 리스크 상존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지난해 폭스바겐으로 대박을 낸 포르셰가 다른 주식옵션 거래에도 손을 댄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 행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폭스바겐 공매도를 했다가 큰 손실을 봤던 헤지펀드들은 폭스바겐의 의도적인 거래 가능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소송에 나섰다.

포르셰 측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향후 자동차산업 악화에 따른 폭스바겐 주가의 하락 가능성이나 포르셰의 부채 차환을 둘러싼 리스크 역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들은 포르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포르셰가 폭스바겐 옵션 외에 독일 증시의 다른 블루칩에 대해서도 옵션 거래를 하면서 4억 유로(5억1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이미 포르셰는 지난해 폭스바겐 지분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폭스바겐 주가가 급등하면서 관련 주식· 옵션 거래에서 68억유로의 수익을 거뒀고, 다른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순이익이 51%나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포르셰와 반대로 자동차업체들의 부진을 염두에 두고, 하락할 것을 예상해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은 대부분 장렬히 전사했다. 당시 헤지펀드들은 포르셰가 악의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이익을 취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독일 금융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했지만 포르셰는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지분율 확대 계획을 공시헸고, 주가 급등락을 틈타 이익을 취한 터였다.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 주가가 오른 것이라 게 포르셰의 항변이었다.

하지만 포르셰가 폭스바겐 외에 다른 주식옵션 거래도 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헤지펀드들의 눈초리도 날카로워졌다. 포르셰가 정관에 반해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지분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던 당시 포르셰가 시장이 인식하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주식과 옵션을 보유했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사실상 지난해 포르셰가 자동차를 팔아 남긴 수익은 10억유로에 불과한 반면, 폭스바겐 옵션 거래로부터 68억유로에 달한다. 자동차업체가 옵션거래를 통해 수익의 상당부분을 시현한 셈이다.

▲ 폭스바겐 로고와 최근 1년간 주가 추이
물론 포르셰는 옵션거래와 관련해 당시 지분율을 높이기 전에 미리 폭스바겐 주가 상승을 헤지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 것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나머지 주식옵션 거래 수익은 폭스바겐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그러나 포르셰가 주식옵션 거래를 통해 적지않은 수익을 거두면서 "과연 포르셰를 헤지펀드로 불러야 하는지, 스포츠카 제조업체로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이같은 옵션 거래 전략이 회사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맥스 와버튼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포르셰가 2008년7월 현재 310억 유로에 달하는 주식옵션 부채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먼저 포르셰는 현재 폭스바겐 지분을 50.76%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분매입 당시 얼마나 차입을 했고, 주식의 일부를 담보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폭스바겐 주가가 하락할 경우 포르셰가 지게되는 첫번째 리스크는 여기서 나온다.

포르셰는 장부가가 현재 주가인 250유로보다 낮은 117유로로 책정돼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다른 자동차업체들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폭스바겐 주가 역시 얼마든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여기에 포르셰 역시 오는 4월말 100억 유로의 부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리파이낸싱 가능 여부도 또 다른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포르셰 측은 모든 것이 예측가능한 영역에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만기 연장을 위해서 상당한 이자 지급이 불가피하고, 최근 자동차 판매 급감으로 실제로 이자로 낼 현금이 충분한 지 여부는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더이상 포르셰가 폭스바겐 옵션을 통해 수익을 거두기 힘들어졌다는 점도 변수다.

공교롭게 포르셰는 지난달 1억유로를 들여 포르셰 박물관을 세웠고, 사람들은 악화일로인 현 자동차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이를 대담한 결정으로 봐야할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편에서는 옵션거래 수익으로 박물관을 지은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 역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