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입학금 단계적 폐지…2022년부터 입학금부담 ‘0원’

by신하영 기자
2017.11.28 11:30:00

교육부·대학·학생 대표 ‘최장 5년에 걸쳐 입학금 폐지’ 합의
연간 16%씩 감축, 신입생 입학금부담 5년 뒤 2431억 완화
입학금 중 20% 실비로 인정, 정부가 국가장학금으로 지원

지난 24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대학 입학금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 신입생들의 학비부담 중 하나인 사립대 입학금이 최장 5년에 걸쳐 폐지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사립대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감축, 2022년에는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은 입학금 인하 혜택을 보게 되며 5년 뒤에는 입학금 제도 자체가 사라진다.

교육부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은 ‘대학·학생·정부 간 입학금 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사립대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사립대 입학금은 최장 5년에 걸쳐 폐지된다. 4년제 사립대 입학금 총수입(2015년 결산기준)은 2431억원으로 등록금 수입(11조4326억원)대비 3.4%를 차지한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매년 16%씩 입학금을 감축, 2022년에는 입학금제도 자체를 없애기로 했다. 학생·학부모 입장에선 2018년 914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1342억 △2020년 1769억 △2021년 2197억 △2022년 2431억원의 학비부담을 덜게 된다.

전국 4년제 사립대학 입학금 실부담액 추이(단위: 억원, 자료: 교육부)
다만 대학마다 입학금 수준이 다른 점을 감안하기로 했다. 입학금 수준이 사립대 평균(77만3500원)보다 높은 대학(61개교)은 5년에 걸쳐, 평균보다 낮은 대학(95개교)은 4년에 걸쳐 입학금을 폐지한다.

예컨대 1인당 입학금이 87만5000원인 대학의 신입생 1인당 실질 부담액은 △2018년 56만원 △2019년 42만원 △2020년 28만원 △2021년 14만원으로 낮아지며 2022년에는 ‘0원’이 된다. 2018년부터 전체 사립대가 연간 16%(17만5000원)씩 입학금을 인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여기에 입학관련 실비로 인정한 20%(17만5000원)를 국가장학금 예산으로 지원한다.

대학 입학금은 징수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폐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4조4항)’에 따르면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는 조항만 있지 산정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입학식이나 학적부 등록 등에 필요한 비용이라며 고액의 입학금을 징수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이런 비용을 등록금 내에서 해결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별 신입생 1인당 입학금이 가장 비싼 곳은 동국대로 102만4000원이다. 이어 한국외국어대(99만8000원), 고려대(99만6600원), 홍익대(99만6000원), 인하대(99만2000원) 순이다. 전체 222곳의 4년제 대학(사이버대 포함) 중 학생 1인당 입학금이 90만원을 넘는 곳은 28개 대학이며 모두 사립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 7월 ‘대학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지난 8월17일에는 서울대 등 전국 41개 국립대가 이에 호응해 내년부터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는 사립대 입학금도 폐지키로 하고 지난 9월4일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회’를 구성, 사립대 측과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사립대 측이 입학금 폐지에 따른 손실분 보상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교육부는 지난달에는 실태조사를 통해 사실상 사립대 입학금의 ‘원가’를 공개했다. 그 결과 입학금의 80% 이상이 오리엔테이션 등 신입생 입학과는 무관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사립대의 신입생 1인당 평균 입학금은 77만3500원이다.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이 가운데 61만원 이상이 입학 관련 비용과 무관하게 쓰인 것이다.

대학 입학금 현황(자료: 교육부) ※1인당 입학금은 2017년 기준, 입학금 총수입 및 등록금 총수입은 2015년 기준.


교육부는 현재 사립대가 신입생들에게 징수하는 입학금 중 20%만 입학 관련 실비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세웠다. 대학 측에 입학금의 80%를 감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사총협은 최근 회장단 회의를 열고 이런 교육부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신 실비로 인정한 입학금의 20%를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한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약 700억원으로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4800억원은) 내에서 이를 마련할 방침이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정부가 학생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1유형과 달리 대학별 자체노력(등록금 인하·장학금 확충)에 따라 차등 배정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지원토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입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일반재정지원 예산 1000억 원 이상을 대학에 지원해 달라’는 사립대 측 요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성수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대학의 일반 경상비까지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정지원 방식을 도입하고 교육부 진단평가에서 일정 수준 이상인 대학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도 기준 대학 재정지원사업 주요 예산은 약 1조5000억원이다. 교육부는 대학특성화·산학협력·연구목적 지원을 제외한 5000억 이상을 2019년부터 일반 재정지원 예산으로 편성한다.

대학에 대한 특수목적형 지원은 교육부 사업에 선정된 대학만 지원하지만, 일반재정지원은 교육부 평가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성적만 거두면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대학 기본역량진단 평가를 통해 전체 대학을 크게 3등급(자율개선대학·역량강화대학·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분류하고 상위 60% 이상은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 일반 재정지원을 나눠 줄 방침이다.

2017년 기준 입학금 수준 사립대 평균보다 높은 대학 61개교 현황(단위: 천원, 자료: 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