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 묻지마 경쟁으로 `국민통장`됐지만····

by김자영 기자
2009.06.04 15:12:45

한달새 600만명..금융감독 과당경쟁 제동
시중은행 `경쟁 자제` 분위기 확산

[이데일리 김자영기자]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한 지 불과 한달만에 종전 청약통장 가입자수를 넘어선 것.

공공·민간주택 모두 청약이 가능한 종합저축의 장점과 함께 시중 은행들의 공격적인 유치경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종합저축가입 희망자의 상당수가 이미 가입을 하기도 했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들의 종합저축 가입자 유치 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의 유치 활동이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각 은행별 종합저축 가입자수를 살펴보면 6월 초 현재 우리은행 162만명을 비롯해 농협(140만명), 신한은행(118만명), 기업은행(94만명), 하나은행(88만명) 등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출시 전 사전예약자 157만명에서 시작해 `220만명(출시 2일째)→350만명(1주)→463만명(2주)→640만(1개월)`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렇게 종합저축 가입자수가 급증한 것은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청약통장 이탈 수요가 종합저축으로 일부 흡수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청약저축 및 청약예·부금 가입자는 총604만명이었다. 하지만 4월 말 기준으로는 20만명이 줄어든 584만여명이 기존 통장에 가입돼 있다. 아직 지난달 가입자 총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4월 이탈 가입자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세대주가 아니어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미성년자들까지 가입이 가능해 종전에 청약통장 대상자에서 제외됐던 수요를 끌어모은 것도 급증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은행들의 공격적인 유치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은행들은 청약저축이 출시되기 한달 전인 지난 4월 초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면서 경품제공 등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은행들의 판촉 전략이 과당경쟁으로 흐르게 되자 금융감독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잇달아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수 증가폭도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종합저축가입수는 지난달 평균 5만명에 달하던 1일 가입자수가 2만명으로 떨어졌다.

은행들 역시 자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던 만능통장 영업 캠페인을 한달 일찍 종료했다. 통장가입 실적에 따라 부과하던 영업점 평가점수도 30점에서 20점으로 낮췄다.

농협도 금감원이 보내온 공문을 각 영업점에 돌리고 영업방향을 `자연가입 추진`으로 수정했다. 신한은행도 이달들어 영업점에 실명제를 준수하는 등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특별검사를 나온다고 하자 은행들이 다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