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지분처분, 이렇게 하라?

by김현동 기자
2003.07.25 14:46:25

고려아연· 옵토매직, 새 기법 선보여

[edaily 김현동기자] 도이치방크가 영풍산업과 체결한 고려아연 지분처분 계약으로 새삼스럽게 계열사 지분 처분 방법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전선은 계열사인 옵토매직 지분 25만주를 놓고 도이치방크와 주식 스왑거래를 맺은 바 있어 장외거래를 통한 지분 처분이 향후 대상회사의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영풍산업-도이치방크의 녹아웃 콜옵션 거래 지난 24일 고려아연은 도이치방크가 파생상품거래와 관련해 자사 지분 8만주를 처분, 보유 지분율이 9.49%라고 신고했다. 7월21일 187만주를 장내 매수한 이후 23일, 24일 이틀동안 장내 매도한 만큼 시세차익을 노린 매매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이 물량은 지난 16일 영풍산업이 도이치방크에 넘긴 물량이고, 도이치방크는 영풍산업과 체결한 옵션계약에 따른 헤지를 위해 일부 보유주식을 처분한 것이다. 시세차익이 아니라 "처분해야만 하는" 물량을 시장에 일부 내놓은 것이다. 따라서 지난 24일 도이치방크가 고려아연 지분 179만주(9.49%)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것은 외국인이 고려아연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오히려 녹아웃 옵션의 기준가격 설정시까지 매도해야 하는 헤지물량이다. 즉, 영풍산업이 도이치방크가 지난 16일 체결한 "고려아연(주) 주식 매각 및 스왑거래" 계약에 따르면 영풍산업은 7월16일 종가(2만2000원) 기준으로 고려아연 보통주 187만주를 총 거래대금(411억4000만원)의 6.3%(25억8930만원)를 옵션 프리미엄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서 영풍산업과 도이치방크는 쌍방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두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먼저 영풍산업은 도이치방크로부터 고려아연 주가가 만기일까지 한번이라도 기준가격 대비 40% 이상 상승할 경우 기준가격의 6%의 확정수익을 챙기는 녹아웃(Knock-out) 콜옵션을 매수했다. 영풍산업(02850)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을 장내에서 직접적으로 처분할 경우 입게 되는 손실을 줄이면서, 동시에 향후 고려아연 주가가 상승할 경우의 이익도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거래를 체결한 셈이다. 도이치방크는 거래를 체결한 익일(7월18일)부터 최고 100영업일간 전일 거래량의 20% 범위내에서 주식을 매도해 최초 헤지포지션 및 기준가격을 결정하기로 했다. 즉, 콜옵션을 매도한 도이치방크 입장에서는 기준가격 결정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기준가격 대비 경계지수(140%)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매도한 콜옵션으로부터 손실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물량을 제외하고는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기로 했다. 또 영풍산업과 도이치증권은 기준가격 결정일의 주가와 거래 당시 주가간의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다 옵션 프리미엄도 이미 받아놓았다. 더구나 도이치방크를 이용해 향후 거래를 체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거래 수수료도 얻게 된다. ◇고려아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다면 도이치방크는 향후 기준가격 설정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경계지수에 도달할 경우에 대비한 물량(옵션 델타헤징을 위한 최소한의 보유물량)을 제외한다면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 16일이후 고려아연(10130) 주가는 도이치방크의 물량 출회에 대한 우려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도이치방크는 7월18일이후 최고 100영업일 동안 일평균 2만주(최소 130만주, 최대 170만주 내외)를 처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일평균 거래량을 20만주로 고려한다면 1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러나 영풍산업 관계자는 "도이치에서 100영업일 동안 매일같이 고려아연 주식을 팔지는 않는다"면서 "24일은 물론이고 25일에도 처분하지 않은 상황이고 제3자에게 블록세일(Block Deal)을 할 수 있어 물량 출회에 대한 걱정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차입금 축소를 위해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한 것이고 도이치방크쪽에서 고려아연을 매도할 경우는 적정한 가격이 발생했을 때"라면서 "시간에 쫓겨서 지분을 처분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전선-도이치방크의 풋스프레드 거래 도이치방크는 지난해 9월 이미 대한전선(01440)의 계열사인 옵토매직 지분 처분 거래에도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9월23일 대한전선은 도이치방크와 옵토매직 명목주식(25만주) 중 15%(3만7500주)를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첫번째 거래일로부터 3개월후인 지난해말 체결키로 했다. 이 거래는 거래체결 1년후 만기일인 옵토매직의 주가가 시초가격의 70% 이하면 (시초가의 20%) X 25만주, 70~90%면 (시초가의 90%-만기일 종가) X 25만주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한전선이 도이치방크에 지급하는 구조다. 대한전선은 옵토매직 주가에 대한 풋스프레드옵션(Put Spreda)을 매도하면서 도이치방크로부터 프리미엄(3.5%)를 선취했다. 25일 현재 옵토매직(10170)은 32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9월23일 종가는 4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