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LG생건과 4년9개월 만에 화해…‘햇반전쟁’은 그대로(종합)

by김미영 기자
2024.01.12 11:22:52

LG생활건강·쿠팡 ‘로켓배송’ 직거래 재개 합의
납품가 갈등에 공정위 신고까지 갔으나 ‘봉합’
“‘알리’ 때문만은 아냐…작년 초부터 본격 협상 재개”
CJ제일제당는 화해 요원…“각자도생 계속”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LG생활건강(051900)이 쿠팡 ‘로켓배송’ 직거래를 재개한다. 지난 2019년 4월 말 로켓배송에 납품이 중단된 지 약 4년 9개월 만이다. LG생활건강 제품들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쿠팡에 입점될 예정이다.

12일 LG생활건강과 쿠팡에 따르면, 양사의 협의에 따라 이제 쿠팡 고객들은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활건강 상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 화장품의 경우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가 뷰티 브랜드 전용관인 ‘로켓럭셔리’에 입점할 예정이다. MZ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CNP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로켓배송으로 만날 수 있다.

앞서 LG생활건강과 쿠팡은 2019년 납품가를 놓고 협상하던 중 LG생활건강이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갈등이 깊어졌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인 거래 강요 금지 등을 명시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의 납품업체 상대 ‘갑질’을 인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쿠팡이 2022년 2일 공정위에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달란 행정소송을 냈고, 공교롭게도 일주일 뒤인 오는 18일 판결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다.

LG생활건강과 쿠팡은 이번 거래 재개가 예정된 선고과는 관련이 없단 입장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LG생활건강이 중국의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자, 쿠팡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단 해석도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11일 중국의 명절인 ‘광군제’를 기점으로 코카콜라를 비롯한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알리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닥터 그루트, 엘라스틴, 온더바디, 페리오. 피지오겔 등 유명 제품도 상당하다. 하지만 LG생활건강과 알리와의 거래에 쿠팡에 부담을 느꼈다 해도, 쿠팡이 LG생활건강에 납품가 협상을 다시 하자고 손을 내민 건 지난해 초부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거래 재개 얘기가 있었고, 본격적으로 협의에 들어갔다”며 “최근에 거래조건이 맞아서 다시 재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LG생활건강이 쿠팡과 다시 거래하면서 이제 관심은 ‘반쿠팡연대’의 다른 중요축인 CJ제일제당(097950)과 쿠팡의 거래 재개 여부로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이른바 ‘햇반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햇반 납품가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쿠팡은 CJ제일제당에 상품 발주 중단을 통보했다. 여전히 쿠팡에서 CJ제일제당의 ‘햇반’을 구매할 수는 있지만, 이는 개인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상품이다.

다만 업계에선 CJ제일제당과 쿠팡의 관계 복원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햇반은 쿠팡에 입점하지 않고도 지난해 3분기 매출이 10%가량 늘었다. 쿠팡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지 않았나”라며 “각자도생이 가능한 상황임을 확인했기 때문에 거래 재개에 서로 절실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측은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고 거래 재개를 위한 협상에도 선을 그었다.

쿠팡은 파트너사와의 소통 및 협업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 좀 더 손쉽고 편하게 원하는 상품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상시로 협의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 중”이라며 “더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협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