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윤석열 다녀간 용하다는 곳?"...'셀프 부적' 성지순례

by박지혜 기자
2021.10.05 10:49:25

윤석열 측 "해프닝" 일축에도 유튜브 조회 수 ''껑충''
당내서도 빈약한 해명에 "너무했다"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손바닥에 새긴 왕(王)자에 대해 “단순한 해프닝”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셀프 부적’ 영상엔 누리꾼의 이른바 ‘성지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한 무속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누구나 가능한 ‘셀프’ 부적이 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 “여기가 그 윤짜왕(윤짜장+왕)이 다녀간 용하다는 곳인가요? 어쩐지 점점 토론 실력이 좋아진다 했더니 정말 왕(王)이네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개천절 연휴를 지나 5일 오전까지 “무당층 공략법…‘무당’층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오마이갓…이렇게 딱 들어맞을 수 있나?”, “성지순례 왔어요. 저도 말 잘하고 싶어요”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비슷한 시기, 같은 채널에 올라온 다른 영상의 평균 조회 수에 비해 20배 가량 높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의 5차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한자로 ‘왕’을 새긴 채 참석했다. 이때뿐만 아니라 지난 3차와 4차 TV토론회 등 세 차례 잇따라 손바닥 한가운데 왕자를 적고 나왔다.

이 모습이 화제가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유튜브에 올라온 ‘셀프 부적’ 영상이 떠돌기 시작했다.

사진=유튜브 ‘예ㅇㅇTV’ 영상 캡처
해당 영상에서 무속인은 “나침반으로 동쪽을 확인한 뒤 마음을 가다듬고 서서 숨을 고르며 구체적인 염원을 하고, 숨을 멈췄다 깊게 들이마신 후 양손에 숨을 뱉는다. 오른손으로 왼손에 상황에 맞는 글자를 쓴다. 중요 포인트! 뒤돌아 보지말고 그대로 나가기!”라며 셀프 부적 쓰는 법을 설명한다. 특히 손바닥에 왕자를 쓰면 “말발이 달리거나 가기 싫은 자리에 가야 할 때 (효과가 있다)”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일부에선 주술적인 이야기를 자꾸 하려는 것 같은데 그쪽 계통 사람이 그런 의미로 적어줬다든지 하면 검은 매직으로 안 쓴다”며 해프닝임을 강조했다.

윤석열 캠프 대변인인 김용남 전 의원은 4일 MBC 라디오에서 “뭐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계속하고 있다”며 당 안팎의 ‘무속신앙’ 공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저희는 ‘왕뚜껑’ 라면도 안 먹을 것이고, 배에도 복근 왕자도 안 새기겠다”며 농담 섞인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진행자가 ‘방역 때문에 손소독제를 바르거나 닦으면 웬만한 것은 지워지지 않나. 손을 씻지 않나’라고 묻자 “주로 손가락 위주로 씻으신 것 같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의외로 그런 경우가 많다. 주변에 사시는 할머니들께서 기운 내라고 적어준 걸 선거에 나온 후보가 거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손바닥이 아니라 얼굴이라도 내줘야 할 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윤 전 총장과 당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홍준표 의원 측은 “거짓 해명이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준표 캠프 여명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대변인의 발언을 언급하며 “윤석열 후보는 거짓말 퍼레이드와 그것을 지적한 상대 후보에 대한 수준 낮은 물타기성 공격을 중단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난 1일 MBN주최 국민의힘 대선 경선 TV토론회에 참석해 ‘왕(王)’ 자가 새겨진 왼손 손바닥을 펴보이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김 대변인의 해명에 대해 “너무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반 우스갯소리로 이슈메이킹 능력은 탁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식의 이슈메이킹은 지속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며 “다만 윤 후보가 아마 우리 후보 중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이 가장 잘 나오는 후보로 분류되다 보니까 대중의 관심도, 언론의 관심도 뜨거운 게 아닌가. 그런데 윤 후보도 메시지 관리를 (할 필요가) 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번에 윤 후보보다도 왕자 논란은 대변인단이 서너 분 되는 것 같은데 이분들이 종편 패널 활동 이런 거 많이 해서 그런지 후보의 정확한 확인보다는 즉답을 해야 된다는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윤 전 총장이) 손가락만 씻었다, 이런 답이 틀렸다고…”라고 말하자, 이 대표는 “임기응변으로 즉답을 하는가? 그건 후보랑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일인지 알고 후보의 입장을 대변해야 되는 게 대변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편 방송에) 가서 무슨 질문이 나와도 3초 내에 답해야 하는 것이 버릇”이라며 “선거캠프 대변인이 지금 그거하고 계시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여튼 사람이 훈련된 대로 간다고, 종편 채널은 즉답이 원래 원칙인데 (이번엔) 너무 하신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